코스피가 1일 미국·유럽 증시 급락과 아르헨티나 디폴트 선언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2,070선을 지켜냈다. 이달 중순부터 3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쓸어담으며 박스권 돌파의 원동력이 됐던 외국인은 이날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기관이 2,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 여파로 외국인이 이날 순매도로 돌아서며 코스피가 숨 고르기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여전히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업실적과 정책 모멘텀, 탄탄한 수급을 바탕으로 한 코스피의 추세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0.15%(3.02포인트) 떨어진 2,073.10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30일 2,080선을 돌파한 후 2거래일 연속 소폭 하락하며 주춤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과 미국 고용비용지수 상승에 따른 기업실적 둔화 우려로 급락한 영향으로 장 초반 2,060선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폭을 확대해 낙폭을 만회하면서 2,080선 근처까지 올랐지만 장 후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거 매물을 쏟아내면서 순매도 기조로 전환해 하락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835억원, 662억원 순매도했고 기관은 2,565억원 순매수하며 하락폭을 줄였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5일부터 전날까지 3조원이 넘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던 외국인이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의 조정폭이 예상보다 커지자 최근 상승폭이 컸던 국내 증시에서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이날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와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중국 경기가 호전되고 있고 국내 기업실적과 정책 모멘텀 등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2,0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종에서 순매수를 이어갔다. 업종별 순매수 규모를 보면 운송장비업종을 451억원 사들였고 통신업(231억원), 음식료업(184억원), 철강·금속업(176억원), 건설업( 53억원), 기계업 (47억원) 등에서 꾸준히 매수 우위를 보였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업종과 금융업·서비스업 등 이날 순매도한 일부 업종을 빼면 사실상 이날 외국인은 1,500억원 안팎의 순매수를 이어간 셈"이라면서 "매수폭이 다소 줄었지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지금까지의 스탠스를 바꿔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은 대외 악재보다는 삼성전자 요인이 더욱 컸다는 얘기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80%(5만1,000원) 떨어진 129만2,000원에 마감해 130만원선이 붕괴됐다.
전날 발표된 중간배당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문제는 삼성전자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3주 만에 3·4분기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다수 증권사는 대체적으로 3·4분기는 2·4분기보다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일부 증권사는 3·4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하나대투증권·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교보증권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렸다. 배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빼면 외국인이 대부분 업종에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고 내수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호전과 정책 모멘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강세장이 당분간 계속되면서 업종별 차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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