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락하고 있지만 수혜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치솟는 환율이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 자체도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약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8일 증시에서 대표적인 원자재 값 하락 수혜업종으로 꼽혔던 항공ㆍ여행ㆍ정유ㆍ철강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항공업계는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두바이유가 거의 1년 만에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11.59%, 아시아나항공이 9.27% 급락하는 등 패닉에 빠졌다. 유가 급락이라는 호재는 반영되지 않은 채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항공업계는 연초에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1,400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5억원가량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하락도 시장 안정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분석보다는 금융불안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본격 파급되는 경기침체 현상으로 해석되면서 항공 이용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 위축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나투어도 이날 8.32% 하락했으며 모두투어 역시 3.75% 떨어졌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하락은 경기상승시에는 인플레이션 부담 약화라는 호재로 인식되지만 현재는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은 정유주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SK에너지가 12.71%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GS 10.74%, S-OIL 2.92% 등 일제히 하락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외화부채가 증가해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상반기에 3,500억원가량의 환차손을 입은 SK에너지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마다 30억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주들도 대표주인 포스코가 5.94% 하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나란히 하한가를 쳤다. 철강업도 원자재 수입가격의 탄력성이 철강제품 가격 탄력성보다 낮아 환율이 갑자기 뛰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에도 수요 감소,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보여 투자시기는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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