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지역축제 3곳 <br>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내달 9일까지<br>동래성, 400년전 왜란때 읍성전투 재현 행사<br>진주, 남강 유등축제등 붉게 물든 야경…유적지도 발길 당겨
| 송상현 부사의 숨결을 담고 있는 동래읍성 |
|
| 양반사회를 희롱하는 하회탈춤 |
|
| 조선 중기 ‘어부사’를 지은 시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가 농암종택 |
|
| 해마다 10월이면 유등축제로 붉게 물드는 진주 남강 |
|
“10월엔 경상도로 오이소”
추분을 지나면서 절기는 가을로 치닫고 있다. 푸른 가을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벗삼아 길 떠나기에도 안성맞춤이다.이번 10월엔 조상의 얼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경상도 축제 길에 나서보자. 가을은 한해 1,000여개나 달하는 국내 축제 대부분이 몰려있지만 경상도 축제는 그리 흔치 않다.
가 볼만한 경상도 축제 세 곳을 소개한다. 경북 안동에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이 열린다. 퇴계 이황의 체취가 담겨있는 도산서원과 조선 선비들의 고택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부산 동래에서는 400년전 임진왜란을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진다. 왜군에게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던 송상현 부사와 동래 민초들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진주에서는 밤바다를 붉게 수놓는 유등축제가 펼쳐진다. 소망을 담아 등불을 바다에 띄우며 깊어 가는 가을 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세계 각국 탈춤이 어우러진 한마당=안동에서는 국제 탈춤 페스티벌이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할미의 억척’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하회별신굿을 비롯해 봉산탈춤, 은율탈춤, 오광대 등 한국 전통탈춤과 일본, 대만, 베네수엘라 등 전세계 16개국의 전통탈춤 및 민속춤 공연이 선보인다.
국내 18개 외국 18개 등 모두 36개팀이 자국의 춤사위를 뽐내게 된다. 부대행사도 볼만하다. 500여명의 장정들이 참가하는 안동 차전놀이 시연을 비롯해 놋다리밟기, 굿 한마당 등 각종 민속놀이 공연이 흥을 돋군다. 참여 행사로는 탈춤 따라 배우기, 나의 탈 만들기, 안동포 짜기 등이 마련된다. 하회마을에서는 전통불꽃놀이인 ‘하회 선유줄불 놀이’도 펼쳐진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도산서원도 놓쳐서는 안될 곳. 축제기간 동안에 도산서원에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한 ‘도산별시’가 열린다. 지난해는 150여명이 참석해 한시 솜씨를 뽐냈다.
안동에는 또 곳곳에 선조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고택(古宅)이 남아있다. 청량산 밑 낙동강변에 위치한 농암종택(聾巖宗宅)은 최근 인기가 높은 곳이다. 조선 중기 ‘어부사’를 지은 시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가인 농암종택은 농암이 태어난 긍구당(肯構堂)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경치가 더없이 아름답다. 종손인 이성원씨는 “최근엔 우리 고택을 체험하려는 일본 관광객들이 긍구당에 열흘씩 머물다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6만~10만원. 안동 법흥동의 임청각(臨淸閣)도 최근 전통체험장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임청각은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
◇타임머신을 타고 400년전 동래성으로=부산 동래구에서는 10월 5~9일 닷새 동안 임진왜란 개전 초기 격전지였던 동래읍성과 동헌 일대에서 동래읍성 역사축제가 열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래 충렬제였지만 올해는 동래읍성 축제로 탈바꿈했다. 올 축제에서는 임진왜란 때 동래읍성 전투를 재현하고, 동래장터도 옛 모습 그대로 옮겨진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8~9일 동래읍성 북문광장에서 펼쳐지는 동래읍성 전투 장면이 가장 큰 볼거리다. 수만 왜군의 공세에 10분의 1 정도의 병력으로 맞서다 단 하룻만에 성이 함락돼 동래 부사 송상현을 비롯한 군민들이 몰살당하는 참혹한 역사를 지켜볼 수 있다.
동래읍성전투는 왜군이 부산에 쳐들어온 1592년 4월 14일 다음 날 해 뜬 후부터 동래성이 함락된 정오까지 왜군과 동래 백성 간에 벌어진 전투. 왜군은 “싸우고 싶거든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거든 길을 비켜달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라고 요구했고 송상현 부사는 “싸우다 죽기는 쉬워도 성을 내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며 끝까지 저항했다고 한다.
7~9일 동래읍성 안 마당에서는 조선시대 장터 거리가 펼쳐진다. 조선시대 엽전 ‘동래통보’를 이용해 동래파전과 민속주, 국밥 등을 사 먹으며 옛 풍습을 체험할 수 있다. 5~7일에는 동헌과 온천천 등지에서 동래부사 행렬 및 동래야류 길놀이, 마당극, 야외 가족영화제 등이 열린다.
◇진주의 밤은 잠 못들고=진주 남강은 10월 한달 동안 붉은 빛으로 물든다. 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진주 전국소싸움대회, 세계 의상 페스티벌, 한국TV드라마축제 등 전국규모 이상의 축제가 진주에서 잇따라 개최된다.
이 가운데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남강 일대에서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문화관광부 지정 10대 축제로 선정될 만큼 규모 있는 축제다. 이 기간동안 1만5,000여개의 소망등과 전문가들이 만든 5,000여개의 창작등으로 남강은 형형색색 빛을 발한다.
유등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이 진주성에서 왜군과 싸울 때 남강에 등을 띄웠던 데서 비롯됐다. 1593년 2차 진주성 전투에서 12만 왜군에 의해 병사와 주민 7만여명이 몰살된 뒤부터 이들 7만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금강 유등이 띄워졌다. 남강 유등은 扁?가족간 통신수단이자 군사작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신호였다.
축제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직접 자신의 꿈을 담은 수 있는 ‘소망등’도 띄울 수 있다. 유등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는 촉석루 맞은편 남강 둔치와 진주교, 천수교 등이 꼽힌다. 망진산 봉수대와 선학산에 오르면 남강 야경과 진주 시내 전경도 볼 수 있다.
임진왜란의 3대 대첩인 진주대첩이 벌어진 진주성은 석성 외관은 물론 성내에 다양한 문화유적들을 찾는 관광객들로 늘 분비는 곳. 조선시대 3대 누각중 하나인 촉석루에 오르면 진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