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금융구너도 주택대출 DTI 규제<br>대출한도 年소득 4배안팎으로 제한도 검토<br>은행 창구엔 고객들 문의 전화 쇄도 '혼란'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 금융권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은 대출 기준을 집값에서 차주의 소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은 소득담보대출이라는 비유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소득이 낮은 사람은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은 여신심사체계 자체를 바꿔야 부동산 거품이 꺼져도 가계발 금융위기나 이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은행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강조한다.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1국장은 “집값을 대출의 기준으로 삼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금융권의 여신심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당국이 구상 중인 방식은 최근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이 실시한 대로 집값과 지역에 관계없이 DTI 40%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 이 경우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대출금은 대폭 줄어든다. 연봉 5,000만원인 차주가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15년 장기대출을 받는다고 할 때 지금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DTI 40%를 적용하면 1억9,700만원으로 떨어진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출한도를 연 소득의 4배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시 DTI 40% 적용 방식을, 영국에서는 연소득의 3.5배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또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가구 또는 개인별로 주택담보대출을 1건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은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모범규준을 만들어 은행권에 시행한 뒤 이어 2금융권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준수 금감원 가계신용전담반장은 “시장상황이나 시스템 보완 등의 문제를 감안, 언제부터 제2금융권에서 이를 적용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미 시작된 대출창구의 혼란과 부작용이다. 은행 창구에는 대출 가능 여부를 알아보려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대된 DTI 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고객들은 갑자기 본인의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규제가 적은 외국계 은행으로 문의하겠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출 수요자들이 감독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대부업체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모 은행 대출창구를 찾았던 A씨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아파트까지 모두 물색해놓았는데 은행에서 대출이 막혔다”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외국계 대부업체를 소개해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계 메릴린치가 세운 ‘페닌슐라캐피탈’은 11ㆍ15대책 이후 대출 문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특히 페닌슐라캐피탈의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최저 2%포인트를 가산, 약 7%수준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어 은행권에서 대출이 막힌 자금 수요자들이 큰 부담 없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주택담보대출 담당자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다가 자칫 현금흐름을 명백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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