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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엿보기] 제도적진실이 과학보다 강하다
입력1999-04-11 00:00:00
수정
1999.04.11 00:00:00
김상연 기자
좌측 통행이 옳을까, 우측 통행이 옳을까?정답은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의 연구팀이 보행자의 눈을 가리고 걷게 한 결과 80%가 오른쪽으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우측통행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좌측통행이다. 대단히 비과학적인 보행관행이지만 지금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캠페인을 벌인다 해도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몸에 배인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에는 비과학적인 수많은 일들이 전통과 관습에 밀려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나중에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이 나와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을 바꾼다.
전기는 「양극에서 나와 음극으로 흐른다」고 정의돼 있다. 어려서부터 배운 자연 지식이다. 정말일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전기는 전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전자는 음극에서 나와 양극으로 흐른다. 일반적인 정의와는 달리 전기가 거꾸로 흐르는 것이다. 이 사실은 10여년 전 중·고등학교의 단골 시험문제였다.
전기를 발견한 뒤 사람들은 전기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나중에야 전기의 실체인 전자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전기에 대한 기존의 정의와는 달리 거꾸로 흐른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전기 기구와 회로가 「전기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는 사실(?)에 맞춰 만들어졌다. 아, 이제와서 어쩌란 말이가.
지금도 시험볼 때 전기가 「음에서 양으로 흐른다」고 답하면 틀린다. 실체적 진실과 제도적 진실은 이렇게 다르다.
「미터법」도 마찬가지다. 미터(㎙), 킬로미터(㎞) 같은 단위가 나온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비행거리의 단위는 「마일」이다. 비행거리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제도도 「미터리지」가 아니라 「마일리지」다. 역시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던(지금도 부르는) 콜롬버스의 후예답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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