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 물량공세에 중저가시장 상실 위기<br>규제강도도 갈수록 커져 비용부담 눈덩이<br>삼성·LG 등 프리미엄급으로 '선택과 집중'
 | 국내 기업들의 중국 경영전략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베이징의 한 가전매장을 찾은 현지 소비자들이 PDP TV를 관심있게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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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기업들의 중국 경영전략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베이징의 한 가전매장을 찾은 현지 소비자들이 PDP TV를 관심있게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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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기업들의 중국 경영전략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베이징의 한 가전매장을 찾은 현지 소비자들이 PDP TV를 관심있게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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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중국시장이…’
중국 당국의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노무관리 규정 엄격 적용 방침 등 규제강화, 시장규모 확대에 못지 않는 경쟁 심화 등등.
13억 중국 내수시장에 공을 들여오던 국내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차이나 리스크’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이나 리스크’가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 미처 몰랐다는 반성도 줄을 잇고 있다.
◇‘살인적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업체들은 1,000원만 남겨도 대박이지만, 우리 업체는 1만원을 남긴다고 해도 적자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의 위기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 내수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그럴수록 경합이 치열해져 상대적으로 고비용 구조인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과거에는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에서 1명에 제품 한 개씩만 팔아도 13억개나 팔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 국내 대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을 완전히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경쟁을 깨끗이 포기했다. LG전자의 경우 중저가 가전제품 비중이 40~50%에 달하지만 조만간 이를 20%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가격 우위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물량공세에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집스럽게 중저가 제품 경쟁을 한다면 LG전자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당할뿐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영하 LG전자 DA사업본부 사장은 “중국 업체와 물량경쟁을 해봐야 진흙탕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며 “저가는 중국업체들이 주로 하도록 내버려두겠지만, 프리미엄급 등 수익이 날만한 제품군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그러나 “과거와는 게임을 달리 하려고 한다”고 말해 중국공략에 대한 전략 변화를 시사했다.
삼성전자 역시 매출이나 규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현봉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사장은 “프리미엄 제품군 이외의 사이드(기타 제품군)를 정리하고, 순익 위주로 가겠다는 경영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중저가 가전시장 진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경쟁심화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프리미엄급 제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포스코와 LG화학 등도 중국 시장에서 가격 및 물량경쟁에 밀려 지난해 상당히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리스크’ 전방위 현실화= 살인적인 물량경쟁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으로 국내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자동차업계의 공급과잉을 이유로 업계 고정자산투자를 규제할 움직임이다. 게다가 ▦외자기업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 ▦외자기업에 대한 조세징수 강화 ▦임금상승 및 중국내 원자재 가격, 유가상승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환경오염 관리 강화에 따른 환경관련 투자비용 증대 ▦부가가치세 환급률 조정 가능성 등등도 국내 기업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의 코드를 ‘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중국 현지공장의 설비투자를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 회사는 2010년까지 중국 현지에서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이를 2009년으로 시점을 1년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그러나 “규제강화 때문에 검토는 하고 있으나 시장 판매여건이 생산량 증가치를 따라가 줄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아 확정 짓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양평섭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중국내 외자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등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 시장의 양호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는 다양한 리스크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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