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잠재력과 함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된 것을 그저 피노체트의 공(功)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파트리시오 무히카(52ㆍ사진) 칠레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피노체트가 쿠데타로 집권한 후 무려 17년간 남미 역사상 가장 잔혹한 철권통치를 펼쳤지만 그의 재임 기간 중 경제가 살아나고 성장 기반 역시 갖춰진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그 만한 고통 분담을 수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칠레 경제가 오늘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중남미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민주주의보다 잘사는 독재가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그는“민주주의와 경제 침체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히카 교수는 “군부독재 시절 인권유린 행위에도 불구하고 6~7%의 고도성장을 누리고 한 자릿수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 실험에 나섰다가 군사 구테타로 살해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리산업 국유화와 토지개혁으로 대변되는 그의 경제 정책은 완전한 실패작”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무히카 교수의 설명에는 피노체트를 바라보는 칠레인들의 보편적인 인식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경제 성장만을 이유로 피노체트의 독재를 합리화할 수는 없지만 과거 고도 성장기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크다는 것. 이 때문에 무히카 교수의 칠레 경제 성공론은 모두 국민 예찬으로 귀결된다. 그는 “칠레 국민들은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좋은 것만 말하면 절대 믿지 않는다”면서 “특히 고통 분담을 얘기하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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