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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사건으로 본 ‘물품음란증’
입력2004-02-11 00:00:00
수정
2004.02.11 00:00:00
박상영 기자
실종된 지 96일만에 숨진 채 발견된 포천 여중생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는 진분홍색 매니큐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매니큐어를 범인이 했는지 아니면 엄양 본인이 한 것인지, 또 살해 전 또는 후에 이뤄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살체 손발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는 것은 엽기적일 수 밖에 없다. 문제의 매니큐어는 엄양이 직접 칠했거나 미용실 등에서 서비스를 받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성의 없고 조잡한 상태라는 것이 경찰의 입장.
어떤 것은 손톱뿐만 아니라 손톱 위 살에까지 칠해져 있고 어떤 것은 손톱 절반에만 칠해져 있으며, 일부 손톱은 매니큐어가 벗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엄양이 직접 매니큐어를 발랐다기 보다는 범인이 엄양의 손ㆍ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매니큐어를 범인이 칠했다고 가정할 경우 그들은 성적으로 일탈 된 행동을 하는 `물품음란증`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품음란증이란 여성의 속옷이나 양말 등에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증상. 처음에는 작은 물건에 만족감을 느끼다 점차 여성의 몸 자체를 원하게 되는 성도착증이다.
시체를 속옷 같은 소유물로 생각하고 시신에 립스틱이나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 화장을 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엄양이 알몸상태 였고 교복과 속옷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물품음란증 범죄자일 것을 뒷받침하고 있으나 변태 성욕자나 유사범죄전과자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도착증은
▲관음증(훔쳐보기)
▲노출증
▲의상도착증
▲물품음란증
▲성적가학증
▲성적피학증
▲접촉도착증
▲소아기호증(사춘기이전 13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
▲시체애증(죽은 시신을 보고 매력을 느껴 자위를 하는 행위)
▲동물애증(애완동물과의 성행위)
▲분변애증(여성의 대소변 보는 모습을 보면 성적 극치감을 느끼는 증상) 등이 있다.
다른 성도착증과는 달리 물품음란증(혹은 여성물건애ㆍFetishism)의 초점은 `무생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성의 속옷ㆍ스타킹ㆍ브래지어ㆍ팬티ㆍ거들ㆍ헤어핀, 또는 밴드ㆍ손수건 뿐만 아니라 때로 음모ㆍ머리카락ㆍ손톱ㆍ발 모양ㆍ성기구 등을 수집한다.
만지거나, 문지르거나, 냄새 맡으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성교시 상대방에게 그런 물건을 착용하도록 요구한다. 보통 물건들은 흥분을 고조시키기 위해 필요하며 그런 물건이 없을 경우에는 발기부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보통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일단 발병하면 물품 음란증은 만성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환자는 여성 물건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숭배의 대상은 물건에 한정되지 않고 소리(음란전화)ㆍ냄새(냄새가 좋고 나쁜 것과는 상관없다)가 되기도 한다.
여성물건애의 정신분석적 원인은 여성에 대한 불안, 또는 성적충동에 대한 불안을 부적절한 대상에게로 향함으로써 회피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음란전화를 거는 사람은 대개 목소리 페티시즘이다.
다이얼을 아무 데나 돌리고는 특히 어린 여자아이나 여성이 전화를 받으면 신체적 특징 또는 성기에 대한 말이나 음란한 말을 마구 지껄이기도 하고, 성교장면을 늘어놓는다. 전화를 받는 여성과 성 관계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장난전화 가해자가 남자였다고 대답한 경우는 95.5%나 되며 추정연령은 20∼30대가 63.8%로 가장 많았다.
음란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주로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안전한 방법으로 전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성적 욕구나 불만 등을 해소한다. 상대가 화를 내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이들은 더욱 더 흥분을 느껴 자위행위를 하면서 전화통을 붙든다.
그러나 피해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흥미가 없어져서 금방 끊어 버린다. 이런 증세가 있는 사람은 대개 비겁하고 자신감이 없다. 냄새와 관계된 성도착증의 경우 냄새 페티시즘이라 할 수 있는데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소변과 대변을 통해 성욕을 느끼고 자위행위를 한다. 남성 동성애자들의 일부에서 즐기는 항문성교는 대변 성도착과 관계가 깊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동성애도 차이가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임상에서 적용되는 `정신장애에 대한 통계와 진단 분류체계`(DSM)에는 동성애를 성도착증으로 분류했다. 의학교과서에도 동성애를 성도착증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동성애를 성도착증으로 보지는 않는다. 성장애를 남녀간 애정관계에서 전반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동성애는 성장애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간 애정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의할 경우 동성애도 두 사람간의 애정 관계에는 이상이 없으므로 성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동성애를 성장애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근거는 동성애를 두 가지 부류 즉, 자아동질적(ego-syntonic)동성애와 자아이질적(ego-dystonic) 동성애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자아이질적 동성애란 이성간의 관계를 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동성애를 하게 되거나 동성애 때문에 괴로움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아동질적 동성애는 동성애를 하는 것 때문에 괴로움을 겪거나 동성애 선호 성향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 그래서 자아동질적 동성애는 심리적 장애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아이질적 동성애는 성도착증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페티시즘이란
자연물 또는 인공물에는 초자연-신비의 힘을 갖고 있다는 원시종교 특유의 신앙에서 유래한 주물숭배를 가리킨다. 그 후 마르크스의 자본론 첫 머리에 상품세계(商品世界)의 물신적(物神的) 성격에 관한 말이 등장하면서 사회과학 용어로 일반화되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본주의적인 생산체제 아래에서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물건과 물건의 관계로 나타나고 사회관계가 물상화(物象化) 되며, 물상적 의존관계(物象的依存關係)로 변질한다.
그래서 인간이 노동에 의해 만들어내는 생산물에 지나지 않는 상품ㆍ화폐ㆍ자본 등 물질이 마치 고유의 힘을 지니고 그들 배후에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떠나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품ㆍ화폐ㆍ자본 등 인간노동의 생산물을 신앙 또는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 이에 무릎을 꿇게 된다는 것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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