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장관이 헌법소원까지 생각했겠습니까.” 국회의 예산안 의결 법정기한(12월2일)을 앞두고 변양균(사진) 기획예산처 장관이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검토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변 장관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e메일을 보내 예산안 기한 내 처리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관행적으로 헌법기한을 어기게 되는 것은 헌법을 너무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며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에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생각해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지난달 24일 국회의원 299명에게 e메일을 보내 예산을 헌법에서 정한 2일까지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변 장관이 이 같은 고민을 한 것은 최근 수년간 대선정국을 빼고는 국회가 법정기한을 지킨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 지난 89년 처음으로 마감기한을 넘긴 후 국회는 여소야대ㆍ여대야소 정국을 막론하고 거의 매해 예산안을 12월 중순 이후에야 의결했다. 법정기한을 지킨 해는 국회의원들이 연말 대선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던 92년, 97년, 2002년 등이 전부다. “그래도 99년까지는 정기국회 기간 내 처리가 가능했는데 2000년부터는 아예 정기국회 뒤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는 등 갈수록 늦어진다”는 게 변 장관이 한층 더 속을 태우는 이유다. 실제로 2003년에는 12월30일, 그리고 지난해에는 해를 넘기기 불과 20분 전인 오후11시40분쯤 간신히 처리됐다. 변 장관은 그러나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침해당한 당사자가 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기획처가 예산 집행권 침해 주장 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간단치가 않은 것 같았다”며 헌법소원을 제쳐둔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변 장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e메일 호소문에서 “예산안 의결이 지연되면 소관부처ㆍ지방자치단체 등 모두가 준비 없이 예산을 집행하게 되므로 부작용과 비효율이 생긴다”며 “그 폐해는 우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한 내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데 그쳤다. 한편 변 장관은 예산안이 해를 넘길 경우 임시예산안인 ‘준예산’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준예산은 한 번도 편성된 적이 없고 절차규정도 없어 정상집행이 힘들 뿐더러 규정상 중소기업지원이나 무주택서민정책자금 등에 대한 예산집행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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