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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정당」 만들자/심상달 KDI 연구위원(서경논단)
입력1997-07-02 00:00:00
수정
1997.07.02 00:00:00
심상달 기자
현재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경제의 효율성, 신축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을 촉진하고 있는 것은 향후 글로벌화에 따른 무한경쟁과 정보통신의 발달 등 급변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며 요체는 값싸고 품질 좋고 다양한 것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따라서 소비자 주권이 강한 나라는 이러한 추세에 보다 빨리 적응하여 국가경쟁력도 빠르게 신장하고 있다.
신경제팀이 출범하면서 소비자 위주로 경제운영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자동차의 리콜제가 도입되는 등 불량품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해 주는 조치가 강화되었다. 물론 이러한 보호조치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주권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자가 나쁜 물건을 만들어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진입, 퇴출의 규제를 철폐하고 모든 칸막이를 터서 공정경쟁의 여건을 마련하면 불량품을 만들어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은 누구나 다 아는데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쟁이 확대되는 것은 기존의 생산자에게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기존 생산자는 온갖 이유를 들어 경쟁을 확대시키는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한다. 결국 이러한 이해집단의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공정경쟁의 여건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비자보다 기업의 사활에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또한 기업의 어려움을 도와주는데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는 관행이 고착되었다. 소비자는 동시에 납세자이기도 한데 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결정과 제도의 개혁이 지연되는 것은 소비자 자신들의 주권의식이 약한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소비자들이 별로 잘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언론이나 정부, 정당이 소비자를 의식하고 대변하는 점이 다르다. 최근 경제가 잘 되고 있는 나라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쟁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거나 아니면 정치권이 이러한 개혁에 적극 앞장선 나라다.
우리나라에 시민운동 단체가 없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보고도 말없는 경우가 많다. 노동법 파동사태에서 소비자단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듣지 못하였으며, 금융개혁이나 한은법 개정에 소비자 단체가 입장표명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오히려 국제수지 축소를 위해 과소비 추방운동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정부의 소비자 대변기능도 미약하다. 고속성장을 추진하여 온데 따른 산물이지만, 산업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조직되어 있고, 관할산업을 육성·보호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이 있다.
언론은 대기업의 광고가 주수입원인 만국 공통의 제약위에 대기업들에 의해 소유되거나 자신이 대기업이다. 기사의 상당부분을 정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것도 소비자보다는 기업을 대변하는 경향의 원인이다.
정치권은 그동안의 구조개혁 작업 결과로 준비된 개혁입법 등 민생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정치권이 일하지 않을 때 개혁의 대상이 되는 정부가 열심히 일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정치권에 경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 정치권에 소비자의 주권을 맡기는 것보다 이제는 소비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출현하여야 한다. 지금이 호기다. 지역 특성에 영향을 받는 국회의원선거와 다른 대통령 선거가 앞에 있다.
또한 그동안 소비자의 주권의식을 위축시켜 온 경상수지도 개선되고 있고 경기가 곤두박질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상당히 사라졌다. 차분히 구조개선에 신경쓸 수 있는 때다.
많은 정강을 만들 필요도 없다. 경쟁을 확대시키고 모든 이해집단과 싸우겠다고 하면 된다. 모두가 적이 될 것같지만 가장 많은 수의 유권자인 소비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통일을 대비하고 21세기에 중심국가로 변신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약력◁
▲50년 서울생 ▲72년 서울대 경제학과졸 ▲84년 미미네소타대 경제학박사 ▲84∼87년 뉴욕시립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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