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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캐시카우 오늘과 내일] 1-7. 우물 안 부품산업
입력2003-05-28 00:00:00
수정
2003.05.28 00:00:00
조영주 기자
지난 1월 28일 미국 디트로이트.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민 사람들이 다임러크라이슬러 본사 테크놀로지센터로 속속 모여들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36개 중소부품업체들과 함께 자동차부품 전시회인 `2003 모비스 엑스포`를 여는 자리였다. 행사장은 한국산 자동차부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붐볐다. 예상 밖의 많은 사람들에 당혹스러운 쪽은 오히려 모비스와 국내 참가자들이었다. 안내책자가 바닥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이여성 현대모비스 해외영업본부장(전무)은 “미국의 자동차 빅3 업체가 한국 업체를 불러 부품전시회를 가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다임러크라이슬러 관계자들은 물론 해외 주요 자동차업체 구매담당자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부품의 위상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고 기술력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같은 희망적인 장면은 대부분의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부품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여력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상일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은 중대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며 “글로벌기업들이 국내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고 중국이 저임금으로 국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영세성이 가장 큰 문제=“신기술 개발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만 자금이나 규모에서 경쟁이 안됩니다. 중국업체들까지 가격공세로 압박해오고 있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경기도 안산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S사 A사장의 말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설땅이 아주 빠른 속도로 좁아지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부품 전체 매출규모는 190억달러로 세계 최대 부품업체인 미국의 델파이(266억달러)보다 적은 실정이다. 1차 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203억원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이 전체의 94.2%를 차지한다. 또 부품업체의 모기업 의존도가 2001년 55.5%에 달하는데다 하나의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는 경우도 31.9%로 높은 편이다.
중국업체들의 공세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말 산업자원부의 자료에서 한국의 부품기술은 차축 3년, 브레이크 6년, 충격흡수장치 3년 정도 중국에 앞서있지만, 베어링ㆍ시트ㆍ시트벨트ㆍ에어컨ㆍ범퍼 등 범용부품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6월말 현재 미국 자동차부품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가 2.0%(6위)의 점유율을 기록한데 비해 중국은 3.1%로 5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부품업체들의 중국진출이 늘어나면서 역수입되는 제품이 많아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업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국산제품보다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30% 정도 저렴하다”며 “부품업체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국내 부품업체의 탈한국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ㆍ완성차ㆍ부품업체 공동노력해야=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신설하면서 국내 협력업체 20여개와 동반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 발족,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와 165개 부품업체들이 51억원을 출자, 부품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부품업체간의 협력관계도 관건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국내 부품업체 100여개사와 `뉴파트너십 21`을 구성,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손꼽힌다.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이어 오는 7월말에는 독일의 벤츠 본사에서 30여개 부품업체와 공동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과 함께 중소업체간의 공동기술개발, 인수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 노력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 정부는 전장품ㆍ모듈화ㆍ디젤 등 미래기술과 미래형자동차 개발에 대해 지원에 나서고 있고, 모듈단지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부품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유망 핵심기술개발에 대해 정부의 실질적인 세제감면이 필요하고, 중소부품업체들이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통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완성차의 경쟁력은 부품에 달려있다”며 “부품업계의 자율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와 완성차업계의 전방위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세계 추세는]"대형업체만 살아 남는다" 통합 러시
세계 주요 자동차부품업계는 지난 10년간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3만여개에서 8,000여개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통합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진행돼 상위 그룹에 속하는 부품업체수가 현재 2,000여개에서 오는 2008년에는 150개 정도로 격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대형화되지 못한 업체는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부품의 표준화ㆍ모듈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외부조달도 늘어나고 있다. 조립부품을 시스템 단위로 조립해 납품하는 방식인 모듈화는 완성차 조립에 필요한 2만여개의 부품을 30여개의 모듈부품으로 단순화시켜 가고 있다. 실제 벤츠는 7~10개, 르노는 7개, 폴크스바겐은 15개의 모듈로 완성차를 조립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표준화도 강화되고 있어 미국의 QS 9000과 유럽의 ISO/TS 16949 인증이 필요했으나, 올해부터 ISO/TS 16949 인증이 QS 9000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완성차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소싱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는 델파이를, 포드는 비스테온을 각각 분사시켜 외주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한국시장에도 대우기전ㆍ한라공조ㆍ덕양산업 등을 인수합병하며 속속 진출했다.
이와 함께 전자ㆍ컴퓨터 기술이 응용된 전자정보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완성차업체는 지능화ㆍ안전화ㆍ고연비ㆍ저공해 차량 개발을 위해 앞으로 15년 이내에 부품의 100%를 전자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으로 성장한 만큼 부품업체들도 세계 속에서 경쟁하게 됐다”며 “부품시장의 변화에 발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센 中 진출 바람
국내 부품업체의 중국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 자동차시장이 세계 최대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현대ㆍ기아차가 중국에 본격 진출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북경모비스변속기유한공사`를 설립해 2004년 10만대, 2005년에는 20만대 규모의 수동변속기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중국에 7,800만달러를 투자해 첨단 모듈, 오디오, 변속기 공장과 대규모 부품센터 등 5개 법인을 설립했다.
현대모비스의 중국진출은 현대ㆍ기아차 생산라인에 첨단모듈을 공급하고 애프터서비스부품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중국에서 100만대 규모의 첨단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만도는 2007년까지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해 동북, 화중, 화동, 내륙 등 4개 권역별로 중국시장을 공략해 자동차부품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들 지역에 10여개의 단독ㆍ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께 지주회사인 `만도차이나`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장수성 소주시에 550만달러를 투자 제동시스템, 조향시스템, 현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울산에 소재한 세종공업은 지난해 10월 300만달러를 들여 중국 강소성 염성시에 소음기(머플러) 공장을 완공했으며, 올 6월에는 400만달러를 투자한 제2 생산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미쯔비시ㆍ델파이ㆍ하니웰 등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들도 지역본부를 상하이로 이전시키고 부품생산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10대 부품회사들을 비롯 500여개의 외국 부품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조영주기자,손철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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