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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자본시장 자생력 회복
입력1999-04-06 00:00:00
수정
1999.04.06 00:00:00
국제 자본시장의 자생력이 회복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과거와는 달리 은행대출보다는 채권발행에 더 의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핫머니로 불리는 국제 유동성이 순식간에 특정국가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역기능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를 재빨리 극복케 하는 순기능도 있다. 한국과 브라질이 이른 시일 내에 위기에서 탈출, 국제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핫머니의 순기능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5일 「자본시장이 위기를 단축시키고 있다」는 평론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97년 11월 원화환율이 폭등한 후 5개월 만에 40억달러의 글로벌 본드(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브라질은 레알화 절하 이후 3개월 만에 국제 자본시장에서 2억달러의 은행채권을 매각했다. 콜롬비아는 외환위기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3월초 5억달러의 신규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높은 수익만 보장하면 국제 자본시장의 참여자인 뮤추얼 펀드·헤지 펀드·연금기금 등이 위기에 처한 국가의 채권을 소화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80년대 중남미 국가는 국가파산(모라토리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몇년의 긴 세월이 걸렸다. 당시에는 국제 자본시장이 발달되지 않았고 은행들이 중남미 국가에 대한 대출 재개를 꺼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티은행은 중남미 위기가 발생한 후 5년 뒤에야 이들 국가에 대한 부채 확대를 결정했다.
경제위기 극복의 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90년대의 금융시장 주도세력인 펀드들이 80년대의 은행들보다 탄력적으로 자금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융감독기관의 규제로 위기국가가 다시 대출을 얻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따라서 위기를 장기화시킨다. 하지만 펀드들은 고금리만 보장하면 채권을 사므로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우선 급한 돈을 메우고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88년 저축대부조합(S&L) 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5년이 소요됐으나 지난해 여름 신용경색(크레디트 크런치)이 해결되는 데는 불과 몇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금순환이 어려웠던 기업들이 높은 가산금리를 물고 채권발행에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투자액 가운데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84년 사이에 83%에 이르렀으나 92~98년에는 46%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펀드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비중이 커졌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수석분석가인 존 립스키씨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지만 동시에 위기해결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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