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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자회사에 대한 실사에 돌입한 가운데 해외 자회사뿐 아니라 국내 본사 매각설 등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 계획안에 매각 방안도 포함된다는 내용까지 흘러나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27일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 관계자가 지난 24일 오후 의원실을 방문해 빠른 실사를 통해 정상화한 뒤 장기적으로는 매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도 잠재적인 인수 대상기업에 매각과 관련해 제안을 계속 하고 있는 중이며 다만 대우조선이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방산업체를 외국 기업에 매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29일 대규모 손실이 담긴 2·4분기 실적을 발표할 방침인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참여한 본입찰 당시 6조3,000억원의 매각가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갑작스러운 매각설에 일단 사실무근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사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각설은 검토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산은은 지난주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실사 계획과 일정 등 현 상황을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적은 있지만 보고 당시 매각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오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1주라도 처분하기 위해서는 투자주식관리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내·외부적으로 검토한 적 없다"면서 "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상화 방안이 아닌 매각설은 지나치게 앞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대우조선에 대한 실제 매각에 나서더라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우선 대우조선을 인수할만한 국내 후보 기업들이 많지 않다.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입찰 당시 인수를 시도했던 한화나 GS그룹, 두산, 현대중공업 등의 경우 투자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포스코의 경우 당시 인수전에 발을 담갔지만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IR)에서 "대우조선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고강도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어서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미국 건설기계 업체 밥캣에 대한 부채 부담이 큰 상황으로 이제 막 8,000억원 규모의 밥캣 프리IPO(상장 전 기업공개)를 통해 고비를 넘긴 만큼 투자 여력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도 최근 삼성 화학계열 4개사에 대한 빅딜 후속 작업에 여념이 없다.
개별 업체를 떠나 조선업 자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중국 성장 둔화로 세계 물동량 증가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선박 발주도 급감해 조선업의 앞날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가격도 문제다. 2008년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한화그룹은 본입찰에서 6조3,000억원을 써냈다. 당시 대우조선 주가는 4만원대였지만 이날 7,520원으로 마감하며 주가가 5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산은이 다시 대우조선 매각을 본격화하더라도 실제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보리·임진혁 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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