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스닥이 뜨고 있지만 언제 꺼질지 모른다." "코스닥은 횡령·배임, 분식회계가 만연해 믿지 못하겠다." 주식 투자를 하다 종종 듣는 지적이다. 과거 코스닥이 활화산처럼 폭발적으로 상승하다 휴화산처럼 잠잠해지는 것을 반복하고 횡령이나 주가 조작 사건이 자주 발생해 신뢰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코스닥은 정말 믿지 못할 시장인가. 냉정하게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 1% 시대에 쓸 만한 투자처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코스닥시장 재조명의 필요성은 커진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수익률과 가격 변동성, 유동성을 주식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긴다. 지난 2011~2014년 코스피지수가 7.5% 하락하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4.8% 상승하며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코스피시장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2011년 1.79%였던 가격 변동성은 2014년 0.76%로 감소해 코스피시장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스닥이 안정적으로 양호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올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은 174조원까지 증가했고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421개나 되며 20개 기업이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또한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도 3조원을 상회하며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그간 코스닥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시장 불건전행위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불성실공시는 2011년 110건에서 2014년 48건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관리종목 지정 기업수는 2011년 61개사에서 2014년 28개사로 현저히 감소하며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같은 코스닥시장의 양적·질적 성장과 더불어 코스닥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것은 시장의 주력 업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코스닥시장 대표 기업들은 대기업에 종속되는 정보기술(IT) 부품주 등이 많았지만 최근 코스닥시장 상승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전방산업 의존도가 낮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business to consumer·B2C) 기업이 중심이다. 특히 최근 신규상장 기업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뚜렷한데 대기업 의존형 기업 비중은 2010년 64%에서 2014년 52.4%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 규모는 작지만 고부가가치 업종 기업들이 증가하며 2014년 신규 상장기업 중 소프트웨어 업종은 순이익률이 27.7%, 헬스케어 업종은 17.3%에 이르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이제는 더 이상 코스피의 '2중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기술 성장주 중심의 한국판 나스닥시장으로서 시장 정체성이 확립돼가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주력 기업이 미래성장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코스피시장과 차별화된 시장 특성이 강화될수록 투자자 입장에선 새로운 투자 기회를 갖게 된다. 코스닥시장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대한 투자기회가 확대되고 투자 대상도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안정성 그리고 미래 성장성을 골고루 갖춘 코스닥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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