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유동성 장세의 훈풍을 타고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박스권 탈출을 눈앞에 뒀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중국 등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에도 소외됐던 한국 증시가 1%대 초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에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증시와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40%(28.89포인트) 오른 2,087.76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직전 최고점인 지난해 7월30일의 2,082.61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2011년 8월2일(2,121.27)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형주들이 모두 오른 데 힘입어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도 1,304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시총 1,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외국인(2,820억원)이 기관(37억원)과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차익실현에 나선 개인이 2,805억원을 팔아치웠지만 불 붙은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3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이후 본격화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번 장세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다.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들도 대거 속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가격까지 오른 종목은 무려 306개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0.75%(5.06포인트) 상승한 682.02로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1,712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12월19일(4조1,749억원) 이후 처음으로 일 거래대금 4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4년 가까이 갇혀 있던 2,080선 고지를 돌파하면서 이제 한국 증시도 본격적인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에 동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중국이나 일본 증시와 비교하면 아직도 상승할 여지가 많다"며 "한국 증시도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에서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이후 중국(89.06%)과 일본(22.55%) 증시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80% 상승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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