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산은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인 통합산은법 개정안에 '산은 IPO 조항'을 넣기로 결정했다. 현 정부 들어서 산은 민영화가 중단된 후에도 산은 IPO 가능성은 계속 거론됐지만 정부가 법에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에 담긴 IPO 조항은 기업은행을 모델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앵커 주주로서 50%+1주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매각하는 것이다. 다만 매각 시기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산은의 재무 상태와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산은의 고위 관계자는 "산은은 사실상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이지만 정부의 현 재정 여력을 감안할 때 무턱대고 증자 등을 요구할 수 없다"면서 "IPO 조항을 법에 담은 것은 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가 아니라 원활한 정책금융 수행을 위한 자금을 시장에서 일정 부분 조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산은의 BIS비율은 14.4%이지만 통합 후엔 13.7%로 약 0.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산은은 현재 STXㆍ금호아시아나ㆍ한진ㆍ동부 등 8개 주채무계열의 주채권은행이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정책금융 강화에 따라 BIS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은 IPO 법제화는 이런 사태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셈이다. 설령 정부가 증자를 해주더라도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산은 입장에서도 IPO 조항이 법안에 담기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잠잠했던 산은 민영화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강 전 회장은 자금 조달의 다양성 측면에서 부분 IPO를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민영화의 전 단계라는 정치권의 거센 반발로 뜻을 접어야 했다.
금융당국이 정책금융을 강화한다고 해놓고 사실상 반 민영화인 IPO를 법제화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함께 통합 후 정책금융공사로부터 넘겨받게 될 한국도로공사ㆍ토지주택공사ㆍ한국관광공사 등 공기업 주식의 처리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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