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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가 늘었다. 하지만 만혼과 활발한 여성 경제활동 등으로 첫째를 낳는 나이는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2010년 출생ㆍ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2명으로 지난 2009년보다 0.07명 증가했다. 2007년(1.25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47만명으로 전년보다 2만5,000명(5.6%) 증가했다. 첫째아이 출산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0.09세로 지난해(29.85세)보다 소폭 상승,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41세 많아졌다. 출산율이 증가한 데는 '미신 효과'가 컸다. 2006년 쌍춘년, 2007년 황금돼지해 등의 영향으로 2007년 당시 합계 출산율이 1.25명까지 늘었는데 그때 그 부모들이 지난해 둘째를 많이 낳았다는 것. 지난해에는 이른바 백호랑이해라는 이유로 신혼부부 사이에 출산붐이 불기도 했다. 지난해 출생아 중 둘째아이는 전년 대비 7% 증가해 첫째아이 증가율(2.1%)의 세 배가 넘었다. 출생아 수 증가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이 컸다. 6ㆍ25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베이비붐 2차세대를 이뤘는데 이들이 30대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출산을 시작했다는 것. 셋째를 낳자는 정부 차원의 출산장려책도 부분적으로 효과를 봤다. 지난해 출생아 중 셋째아이 이상의 비중은 10.7%로 1985년(10.9%)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09년과 비교하면 무려 19.3%나 늘었다. 다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2007년에 그랬듯 황금돼지해 같은 미신효과는 영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베이비붐 세대 효과는 1980년대 초반 세대가 출산을 마치는 5~6년 뒤면 수명을 다한다. 1981년 86만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1985년 65만명으로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15년 이후 급격한 출생아 감소는 이미 예고돼 있다는 지적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출산율이 소폭 올랐지만 이유를 보면 마냥 희망적이지 않다"며 "보다 적극적인 예산투입을 통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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