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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의 검은 선택] <4> 정비업체 車 수리비 제각각

"정비수가 더 타내자"…제도 허점 악용 과잉수리 예사<br>"보험료 인상 안되는 선까지 다 고쳐라" 운전자들 부추겨<br>보험사서 불필요한 수리비 부담…결국 경영악화로 이어져



폭설로 도로가 빙판길이 됐던 지난해 12월 경기도 부천 소사구 대로에서 3중 추돌을 당한 윤인수(39ㆍ가명)씨. 이 사고로 그의 차량은 앞뒤 범퍼 부분이 우그러져 집 근처 A정비업소에 수리를 맡겼다. 수리비 견적은 162만원. 수리비가 비싸다고 생각한 윤씨는 직장 근처인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B정비업소를 찾았다. 그 곳에서 제시한 수리비 견적은 52만원. 도대체 100만원 이상 수리비가 차이 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윤씨는 A업소에 다시 찾아가 "보험사기로 고발하겠다"고 화를 냈다. 윤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A업소는 경쟁업소보다 1만원 적은 51만원에 고쳐주겠다며 차를 맡기라고 했다. ◇합법의 테두리 속에서 '덤터기는 기본, 손만 대도 바꾼다'=윤씨는 A업소가 다른 곳보다 100만원 이상 견적을 올렸던 이유가 이왕 보험으로 처리하는 수리라면 '범퍼+알파'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의도였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쯤 후였다. 윤씨는 자기부담금이 5만원에 보험료할증기준이 200만원인 보험상품에 가입돼 있었다. 어차피 자기부담금을 내야 하니 이 참에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는 162만원까지는 군데군데 손볼 곳을 수리해주겠다는 배려(?)였던 것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최대한 누리라는 권고였던 셈. 정비업소는 이미 합법으로 무장한 채 현 제도의 허점을 깊이 파고 든 상태다. 추가 수리를 받더라도 최대 200만원까지는 미리 정한 자기부담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손해를 볼 게 없다는 논리다. 정비업소도 추가 수리로 이익을 더 낼 수 있으니 양쪽 다 이득이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이달 중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수리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정률제로 바꾸며 진화에 나섰지만 자동차보험금을 겨냥한 정비업체들의 교묘한 반칙을 잡아내기가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자동차사고 때의 수리 기준이나 범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보험금을 겨냥한 모럴해저드를 부추긴다. 사고 종류나 정도에 따라 어떤 수리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접근해 수리비 과잉청구의 틈새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압박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불필요한 수리가 늘면서 보험사들은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잉수리는 보험사들의 경영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손해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삼성화재의 한 관계자는 "정비업계 전문가가 아니면 일반인들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교묘한 방법으로 정비업체들이 수리비를 부풀리고 있다"며 "수리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보험금이 과다 지급되면 결국 이는 다른 보험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막장으로 치닫는 '정비수가 올리기'=보험료 정비수가를 더 많이 타내기 위한 정비업소의 꼼수는 급기야 운전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K정비업소에 차를 맡겼던 한모씨. 운전할 때마다 핸들이 한쪽으로 쏠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장치인 드라이브 샤프트 등 30여곳을 수리했지만 다음날 출근길에 여전히 한쪽으로 쏠리는 핸들 때문에 대형 사고를 당할 뻔했다. 깜짝 놀란 한씨는 곧바로 근처 정비업소로 달려갔다가 원인을 알게 됐다. 처음 수리를 맡겼던 정비업소에서 불량ㆍ재생부품을 마구 사용했던 것. 경찰 단속에 걸린 이 정비업소는 하지만 보험사에는 버젓이 정품부품 값을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의 경우 운 좋게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K정비업소같이 악덕행위를 버젓이 하는 정비업소가 늘고 있다. 실제로 보험범죄에 연루된 정비업체 관련자는 ▦2005년 169명 ▦2006년 221명 ▦2007년 238명 ▦2008년 273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차량의 안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조향장치나 동력전달장치ㆍ충격완화장치 등 주요 부품마저 무분별하게 불량ㆍ재생부품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아 운전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득로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정비업체의 보험사기는 수리비가 늘어나고 보험료 인상요인이 되는 것 외에도 차량 이용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범죄"라며 "집중단속을 통해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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