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했지만…40%는 주유소가 '차지?' 유통마진 흡수…소비자엔 60%만 돌아갈듯정부 제재수단 없어 '商道義' 회복 시급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정부의 휘발유ㆍ경유 가격 인하조치로 이달 중 소비자들이 얻게 될 인하 혜택이 정부 목표의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 부담까지 조정해 정부가 100원을 감면해줬음에도 시중 주유소들이 60원 정도만 가격을 내린다는 의미다. 나머지 이른바 ‘도둑 맞은’ 40%는 시중 주유소 유통마진으로 흡수돼 정부의 강력한 유통구조 투명화 조치가 요구된다. 정부와 청와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휘발유ㆍ경유 등에 붙는 각종 세금을 10%가량 인하해 다음달부터 시중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내용의 유류세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이 시행돼 낮아진 세금이 시중 주유소의 기름값에 100% 반영만 된다면 휘발유와 경유는 지금보다 리터당 82원, 58원씩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기름을 구매할 때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여기에서 37%가 떨어져나간 63%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부 기대가 무색하게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51원, 경유는 36원 수준에서 시중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부정적 근거는 시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지난 1월 정부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실내등유 세금 부담을 낮춰 가격 인하를 유도했지만 주유소들이 실제 반영한 감액률은 63%에 불과했던 것. 당시 정부는 23원의 등유 판매부과금을 폐지하고 특소세ㆍ교육세ㆍ부가세도 내려 등유 1리터당 ‘115원’의 인하가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정유업계까지 가세, 1월 평균 15원가량의 공장도가격 인하 조치를 단행해 시중 주유소들에 전월(2007년 12월)보다 무려 130원(정부 115원+정유사 15원)이나 저렴하게 실내등유를 공급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0.09원이던 실내등유 공장도가격은 1월 830.13원으로 정확히 ‘129.96원’ 떨어졌다. 그러나 130원 더 싼 실내등유를 받고도 전국 주유소에서 1월달에 판매된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1,012원으로 지난해 12월(1,094원)에 비해 고작 82원 떨어졌다. 130원의 63% 수준으로 나머지 사라진 43%는 주유소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아무리 값싸게 소매점에 기름을 제공하더라도 주유소마다 ‘자율’로 가격을 올리고 내릴 수 있어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무리 이윤이 중요하더라도 정부가 국민 세금까지 내려 가격 인하 여지를 만든 부분까지 흡수하는 건 국민정서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 간 가격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암묵적’ 담합이 이뤄진 곳일수록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주유소들의 마진 극대화 움직임이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일단 이달 중 예정된 ‘2차 인하’에 대해서도 정유업계를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 측은 “정부 세금 인하 부분을 100% (공장도)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결국 1월 ‘1차 인하’의 전철이 되풀이되지 않고 인하폭이 소비자에게 정확히 반영될지는 전적으로 개별 주유소의 ‘상도의(商道義)’에 달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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