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은 주식으로 운용할 겁니다.”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ㆍ전무)는 펀드매니저답게 ‘주식 예찬론’을 폈다. 이 전무는 지난 4월 출범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로 영입돼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치투자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주식, 부동산, 채권 등 모든 자산에는 이익률(yield)이 존재하는데 현재 주식의 이익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는 본인 계정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사실 이 전무는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고 있다. 이해상충 등의 문제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주식투자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한 없이 주식투자가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자신의 ‘가상’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채권의 이익률은 이자율이 되고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가 이익률이다. 주가 대비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따지는 것이다. 또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가격 대비 임대수익의 비율이 이익률이 된다. 그는 “현재 장기국채 이자율이 5%대인데 비해 한국 증시의 PER은 10~11배로 주식의 이익률은 9~10% 수준”이라면서 “주식에 투자하면 채권에 투자했을 때 보다 약 두 배의 이익이 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대치동 아파트의 경우 31평형을 14억3,500만원에 매입한 후 3억9,000만원에 전세를 놓고 전세금은 은행에 넣어 1년에 1,755만원의 이자(이자율 4.5% 가정)를 받는다고 할 때 연간 이익률은 1.2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그는 ‘주식 50% 이상, 부동산 20% 이하, 해외 펀드 10~15%, 현금유동성 10%, 금 5% 이하’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장기투자의 개념까지 더해질 경우 주식투자의 위력은 더 커집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인 제레미 시겔의 저서 ‘주식투자 바이블(Stock for the long run)’을 인용, “지난 1802년부터 1997년까지 여러 투자자산의 복리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주식은 무려 7억4,74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은 채권의 복리수익률은 107만4,309%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변수나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고배당 우량주에 자산 50% 이상을 투자해 장기 보유하면서 배당수익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또 PER 10배 미만의 저평가된 우량종목을 발굴해 주가가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일까. 이 전무는 최근 두 딸에게 각각 1,500만원씩을 증여해 딸들 이름으로 자신이 운용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 펀드에 가입해줬다. 그는 “1,500만원을 연 10%의 수익률로 투자한다면 10년 후에는 원금의 2.59배인 3,890만6,137원이 된다”고 말했다. 20년이면 원금의 6.73배인 1억91만2,499원으로 늘어난다. 그는 “20년 정도 지난 후에 딸들의 결혼자금으로 쓸 생각”이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미성년 자녀에게는 최대 1,5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가 가능하며 자녀가 성년이 되면 추가로 1,500만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장기투자 활용 방안으로 증여세 공제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해 장기간 운용한다면 학자금 및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이 몸소 장기 투자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는 것. 이 전무의 가상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동산. 부동산을 아주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 가계의 자산보유 현황’ 조사 결과 국내 가계자산의 83.4%가 거주주택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일반투자자들이 따라하기 쉽지 않은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해외펀드의 비중을 전체 자산의 10~15%로 가져갈 것을 조언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특이한 것은 환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했다는 점. 그는 “해외에 투자할 때는 해당 국가의 통화도 보유할 겸 해서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행히 엔화가 원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그는 펀드 자체의 수익률 외에 환이익까지 보고 있다. 그가 일본에 주목한 것은 일본 증시가 오랜 기간 소외된데다 낙폭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올들어 1만6,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3만8,000포인트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제 절반도 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 이 전무는 “한국 증시의 경우 뚜렷한 이익 모멘텀 없이 리레이팅 과정을 거쳤다면 일본은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기업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은? 이 전무는 지난해 6월 보유 예금 중 일부를 금에 투자했다고 한다. 금괴를 실물로 사들인 것은 아니고 은행통장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금을 사주는 형태의 투자다. 올들어 금을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해외 원자재펀드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금에 투자할 생각을 했다니. 그의 선견지명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견한 마크 파버의 책 ‘내일의 금맥’을 보면 금에 투자해야 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듭니다. 귀하고 소외되고 싼 자산에 투자한다는데 여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바로 금이에요.” 금은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귀한 존재인데다 아직도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했을 정도로 소외된 상태라는 것. 또 자본시장이나 국제정세가 불안할 때 금은 말 그대로 금값이 된다는 점에서 자금의 일부는 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금에 투자해 떼돈을 벌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리스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전체자산의 5% 정도만 할애하면 충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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