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보조금을 요금제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하는 '요금 정률제'를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요금을 몇 개 구간으로 나눠 높은 구간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1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보조금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0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에 앞서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요금 정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가 최근 이동통신 3사 등 업계 담당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요금 정률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통신요금 구간을 3~4개로 나눠 구간별로 다른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컨대 최신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7~8만 원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보조금을 25만원 지급한다면, 5~6만원 요금제 고객에게는 20만원, 3~4만원 요금제 고객에는 15만원 등 차등을 두는 식이다.
이 방안은 이동통신 3사 측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지급 주체인 이동통신사의 수익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에 차별을 둠으로써 '고객 간 부의 이전' 내지 '자원 배분의 왜곡' 방지라는 단통법 제정 취지에 부합한다는 명분에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높은 요금제 가입 고객을 늘려 1인당 평균 매출(ARPU)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이에 따른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적 사정으로 낮은 요금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은 보조금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돼 '부자'를 위한 보조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높은 요금제 가입 고객=부자'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휴대폰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 지급하는 '휴대폰 정률제'는 제조사 측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싼 휴대폰 일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어 제조사 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 이 방안은 출고가 인하라는 정책 목적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도입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단통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뒤 이달 말께 구체적인 보조금 지급 기준 및 한도를 정한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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