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가 실적이 나쁜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때 주관회사로 참여하면서 단순 모집 주선에만 나서고 있어 투자자 보호는 외면한 채 눈 앞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투자 위험을 분담하는 잔액(실권주) 인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운영 및 시설 자금을 마련하고자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자를 실시하는 피에스앤지의 모집 주선을 맡았다. 조달금액은 104억 원으로 피에스앤지는 기존 유통주식(2,002만5,030주)의 80% 가량에 달하는 1,600만주를 발행한다. 이트레이드증권은 149억9,4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한진피앤씨의 대표 주관회사를 맡으면서 잔액 인수가 아닌 단순 투자모집만 담당한다. 대신증권도 동방선기가 100억3,680만원 규모로 실시하는 유상증자에서 투자 모집 주선만 맡았다.
문제는 이들 상장회사가 몇 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거나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이들 부실기업 유상증자의 주관회사로 나서며 단순 모집 주선만 맡아 투자자 보호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피에스앤지는 지난 2010년 이후 올 1ㆍ4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피앤씨의 경우 올 들어 9,846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앞서 3년간 100억 원을 웃도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동방선기는 올 1분기 8억5,180만원, 4억6,870만원의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몇몇 증권사들이 위험부담 차원의 잔액인수는 외면한 채 수수료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며 "일부 증권사들이 이를 틈새시장으로 여겨 모집주선만 담당하려고 한다는 말마저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잔액 인수의 경우 주관회사인 증권사가 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주식을 인수, 투자 위험을 분담한다. 반면 모집 주선은 주식 인수가 아닌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상장회사 대신 투자자를 모으는 역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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