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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판단 존중한 판결
입력2003-11-23 00:00:00
수정
2003.11.23 00:00:00
이상훈 기자
지난 주 서울고법이 내린 기업 이사들의 `경영판단`에 관한 판결은 양면적이다. 삼성전자의 이사들이 내린 두 종류의 실패한 경영판단에 대해 재판부는 무책과 유책으로 상이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가 무책판결을 내리면서 `실패한 경영판단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경우 경영위축을 초래해 의욕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본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유책판결도 1심에서 인정한 책임의 20%만 용인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경영판단을 존중하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러나 경영판단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경영자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 총수 개인 또는 임원들의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 소송의 쟁점은 10명의 삼성전자 이사들이 이천전기를 충분한 검토 없이 인수함으로써 회사에 끼친 손실과, 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계열사의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매각함으로써 발생된 손실에 대한 배상책임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98년 1심은 두 경영판단에서 이사들의 역할이 거수기에 불과했다고 보고 97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인당 100억원에 가까운 배상액이어서 개인이 책임을 지기에는 과중해 실효성 보다 상징성에 무게가 실린 판결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대해 고법은 이천전기 인수의 경우 인수에 앞서 오랜 준비ㆍ협상기간이 있었고, 이사회가 그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가졌으므로 적법한 경영판단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특히 이천전기의 인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감안했다. 삼성전자가 계열사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함으로써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1심의 손해인정액 626억원의 20%인 120억원만 인정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눈부신 영업실적을 참작했다. IMF사태와 삼성전자의 이윤창출이 아니었다면 이사들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고법판결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전달한 75억원의 기업비자금 중 70억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기업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가 손배대상이 된다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정치자금 수사와 그것이 가져올 정치ㆍ기업의 개혁문제와 연관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또 경영판단에는 실패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경영판단을 할 때 책임을 갖고 최선을 다했냐는 것이다. 기업의 대주주나 임원들은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 이점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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