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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9일 “다음 총선 이후 개헌 논의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선거가 가까운 이 시점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면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모든 문제가 블랙홀처럼 거기에 빨려 들어가 오로지 개헌문제만 논의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2008년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맞아 들어가고, 2012년에는 같은 해에 대선과 총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 때가 (개헌 논의에) 참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5년 단임제보다 4년 중임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또 대선ㆍ총선을 매년 치르는 것도 국력 낭비”라며 “각 정당이 개헌 방안을 만들고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적 동의를 얻은 뒤 다음 총선이 끝난 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5ㆍ31 지방선거는 노무현 정부 3년이 지나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어 정권 심판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방선거 압승이 대선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자만을 우려하는 지적으로 안다”며 “당이 해체될 위기까지 맞았던 한나라당으로선 지방선거 압승이 절대 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최근 기업에 대한 수사 및 기업의 사회기부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잘못은 철저히 수사해야 하며 기업의 자진 기부행위는 좋지만 이것이 비리를 저지르고 면죄부로서 정부와 흥정하는 성격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당은 ‘한나라당은 친재벌’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우리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자는 말을 하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재벌 개혁을 말하면서 지나치게 대기업을 규제하고 비리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은 중견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박 대표의 순발력의 한판 승부였다. 특히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 “여당이 본회의를 강행하던 날 박 대표는 치마를 입고 올 정도로 저지 의지가 부족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박 대표는 “국보법 폐지를 저지하면서 2주간 농성을 벌일 때도 계속 치마만 입었다”고 응수했다. 질문자들이 “(법안 강행처리를) 여당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박 대표 리더십 부재에 대한 변명”이라는 언급을 하자 박 대표는 “‘변명’이라고 물으시는 것 자체가 이미 편견을 갖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격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표는 6자 회담 해법, 미국의 망명자 관련 정책 변화, 한ㆍ미 전략적 유연성, 전시 작전권 문제 등 외교 현안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한ㆍ미 공조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일관, 이 분야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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