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협상 타결] 한우값 하락 벌써 현실화농민단체 "굴욕 협상" 반발 "값싼 LA갈비 몰려온다" 축산농가 시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빗장이 완전히 풀리게 됨에 따라 국내 축산업계는 적잖은 충격파에 휩싸이게 됐다. 돼지고기와 비슷한 가격에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시장 공략이 시작될 경우 값비싼 한우 대신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벌써부터 한우 가격 하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값싼 LA갈비 몰려온다=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네브래스카주(오마하) 평균 초이스급(최상급) 갈비(short rib)와 목심(chuck roll neck-off) 가격은 1㎏당 각각 4.05달러ㆍ3.58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평균 우리나라 1등급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5,000원으로 원ㆍ달러 환율을 1,000원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도매가가 미국의 약 4배에 이른다. 이 정도 격차면 40%인 관세를 물어도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 2003년 워싱턴에서 첫 광우병 사례가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수입이 중단되기까지 미국산 쇠고기는 전체 수입 쇠고기의 68%가량을 차지하며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막강한 입지를 누렸다. 지난해 7월 국내 업계 최초로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을 당시에도 미국산 쇠고기는 단시간에 빠르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롯데마트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던 지난해 7월13일부터 10월5일 수입이 다시 중단되기까지 전체 쇠고기 매출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19%. 한우 판매비중이 높은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제외하면 23%에 달했다. 돼지고기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제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름 깊어지는 축산농가=축산농가는 벌써부터 '축산시장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료가격이 올라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마당에 미국산 쇠고기의 공략까지 가세할 경우 한우농가는 설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한우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에 마리당 40만~50만원 정도 떨어져 지금은 4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근 1~2주 협상 재개와 함께 불안해진 농가가 소를 마구 내다파는 등 가격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18일 장이 선 경주시 외동 입실 우시장에서는 5일 전보다 한우 가격이 20만~30만원 폭락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 18일 미국에 시장을 사실상 전면 개방하는 쪽으로 타결되자 농민단체와 시민단체는 '굴욕적 협상 결과'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 남호경 한우협회장은 "우리나라가 경제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이번 협상 결과를 보니 너무 굴욕적"이라면서 "미국은 상하원 의원이 다 나서서 쇠고기를 팔려고 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사주려고 난리니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믿고 이 산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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