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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즐거운 인생

삶의 무게에 지친 중년 사내들<br>"왜 록밴드 하냐구?" "즐거우니까!"


“재밌냐. 이 화상아.”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전자 기타를 잡고 흥얼거리는 남편 기영(정진영)에게 부인이 쓴 소리를 내뱉는다. 은행에서 잘린 뒤 하루하루 부인과 딸내미 눈치 보며 살아가던 백수 기영에게 어느날 대학 친구 상우의 죽음 소식이 전해진다. 상우의 대학 동창이자 그와 함께 록 밴드 ‘활화산’의 멤버였던 기영. 직장에서 쫓겨나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상우의 죽음은 말 그대로 인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하는 기폭제였다. 그는 예전 활화산 밴드 멤버를 꼬드긴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사라져가고 있는 록 밴드 활화산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자식 학원비를 벌기 위해 낮엔 퀵 서비스, 밤엔 대리운전을 하는 성욱(김윤석)과 자식을 캐나다로 유학 보낸 뒤 혼자서 중고 자동차 가게를 꾸려가는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가 기영의 성화에 결국 두 손 든다. 세상을 떠난 상우의 빈 자리는 그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채웠다. 대한민국 가장이라면 으레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에 허우적거리던 세 명의 중년 사내들이 뒤늦게 바람이 났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찢어진 청바지 입고 다니며 밤늦게 기타를 쥐고 악보와 씨름하는 남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부인은 없다. 하지만 기영은 부인에게 다 늦은 나이에 왜 록 밴드를 다시 하려는지 굳이 이유를 말하진 않는다. 그 대답은 영화 제목 ‘즐거운 인생’이 말해준다. 인생이란 즐거워야 하고 즐거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왕의 남자’‘라디오 스타’의 연 이은 성공으로 흥행 보증 수표로 인정 받은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가다 덜컥 돌부리에 걸려 쓰러져 버린 중년 사내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준익 감독은 뻔한 소재와 뻔한 결론 가지고도 적당히 감동을 일궈낼 수 있는 신통한 능력을 발휘한다.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을 맡았던 정진영과 영화 ‘타짜’에서 아귀역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김윤석, 능글맞은 연기에 물이 오른 김상호 등 중년 연기파 배우들의 궁합이 척척 들어맞는다. 배우들의 다소 과장된 연기와 감동을 강요하는 신파적 요소가 눈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를 즐기는데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다. 9월 13일 개봉한다. 공교롭게도 중년 직장인 록밴드라는 공통 소재의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 주 앞선 9월 6일 개봉해 ‘즐거운 인생’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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