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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외롭지 않은 "우리의 성지"

바다제비·괭이갈매기등 서도엔 조류 60여종 서식<br>삼봉호 매일 두차례 왕복…여행객 몰려 사전예약을



독도 등대 아래쪽에 새겨진 한국령 표시

독도 등대 아래쪽에 새겨진 한국령 표시

독도 땅끝 표지석

독도 땅끝 표지석

독도 선착장

독도 선착장



순례자들이 마침내 도착했다. 새벽 6시 서울을 출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묵호 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나이와 옷차림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이 이곳에 모인 목적은 한가지. 독도에 가기 위해서다. 정부가 독도 입도를 허락한다는 발표를 내놓자 순례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했다. 묵호 항에서 한겨레호를 타고 2시간 30분 동쪽 바다를 가로 지르면 울릉도에 닿는다. 거기서 또 한차례 2시간여의 뱃길을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새벽에 짐을 꾸려 떠난 여행객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항구 2층 식당으로 모여든다. 춘분이 지났지만 묵호항은 아직도 겨울 티를 벗지 않았다. 입에서 불안한 탄식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아니다 다를까 기대에 부푼 순례자를 기다린 것은 궂은 날씨 때문에 묵호-울릉도 왕복 배편이 다음날부터 이틀동안 운항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지금 배를 타면 이틀 동안은 꼼짝없이 울릉도에 갇혀야 한다. 당초 사흘 예정이던 순례 일정은 이제 최소 나흘이다. 울릉도에서 곧바로 독도로 가려던 계획도 허사다. 일단 울릉도에 머문 뒤 사흘 째 독도 입도를 시도하기로 일정을 바꿨다. 하지만 사흘째 독도 입도 성공 가능성 역시 낮다. 결국 늘어난 여행 일정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발길을 돌렸다. 독도의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울릉도로 가는 배는 강원도 동해 묵호항과 경북 포항항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뭍으로 다시 나오는 시각은 오후 3시30분과 4시. 포항보다 북쪽에 위치한 울진 후포항에도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왕복 배편이 있다. 묵호항에서 출발하는 한겨레호는 승선 가능인원이 445명, 포항항의 썬플라워호는 815명이다. 요금은 한겨레호가 4만2,000원, 선플라워호는 5만1,100원. 한겨레호와 달리 포항에서 출발하는 썬플라워호는 차를 실을 수 있지만 시간은 30분가량 더 걸린다.(묵호여객선 터미널 033-531-5891, 포항여객선 터미널 054-242-5111~2) 울릉도에 일단 도착하면 독도 여행은 절반 이상 성공한 셈.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336호로 지정된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울릉군에 입도 신청서를 낸 뒤 상륙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젠 신청서만 내면 된다. 독도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선회관광의 경우 신청서도 필요없다. 수ㆍ금ㆍ일요일 오후 1시 30분께 울릉도 도동항에서 독도로 출발하는 한겨레호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역시 도동항에서 떠나는 썬플라워호를 타면 된다.(울릉 여객선 터미널 054-791-0803). 대아여행사(02-514-6766)와 테마21투어(02-549-9889)는 선회관광을 위한 독도탐방 상품을 내놓았고 입도 관광상품도 준비중이다. 독도의 품에 안겨 대한민국 동쪽 땅끝 표지석을 끌어안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현재로서는 울릉도에 도착한 뒤 독도 접안이 가능한 106톤급 삼봉호에 올라야만 한다. 입도 신청의 경우 삼봉호를 운항하는 독도관광해운(054-791-8111)이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 삼봉호는 승선 인원이 210명, 요금은 3만7,500원. 매일 오전 7시 30분과 2시에 울릉도 저동에서 출발한다. 왕복시간은 4시간 이상이지만 날씨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하루 140명으로 입도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독도 입도 희망자들이 많기 때문에 입도 예정일보다는 충분히 여유를 두고 예약을 해야 한다. 울릉도에서의 긴 기다림 뒤 나흘째 되는 날. 순례자들 가운데 일부가 삼봉호에 올랐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이 일정에 쫓겨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뭍으로 떠났다.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왜 이토록 독도를 염원했겠는가. 하지만 삼봉호에 올라 독도행 순례 여행을 화려하게 마치려던 순례단의 기대도 파도 속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독도는 주위 파도가 3~5m를 넘으면 접안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1년 동안 실제로 독도에 발을 디디는 행운은 채 40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460만년전 화산폭발로 솟아오른 독도는 두개의 큰 섬 ‘서도’와 ‘동도’로 이뤄졌다. 주위에는 78개의 크고 작은 돌섬과 암초가 둘러싸고 있다. 해발 165.8m의 서도는 아직까지는 여행객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흑비둘기 등 60여종의 조류 서식처로 유명한 곳이다. 접안 시설인 물량대가 있는 해발 98.6m 동도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고 헬기장과 등대도 있다. 동도에 내려 그 유명한 삼형제바위, 탕건봉, 숫돌바위, 얼굴바위, 독립문바위에 눈 도장을 찍고, 봄이면 등대 탐방로 옆을 노랗게 물들인다는 갯갓냉이꽃과 자생종 땅채송화에 취하려던 소망을 접고 순례단은 선회관광에 만족해야 했다. 독도의 명물이 된 삽살개 곰이와 몽이의 응석을 받아주려던 꿈은 3m가 넘는 파도의 호령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슬람 신자들은 죽기 전 꼭 들려야 하는 성지 ‘메카’를 평생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산다. 유대교인과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예루살렘이 그렇다. 인도인들에게는 성지 바라나시에서 죽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자 신의 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구 위 어떤 땅은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 박혀 도무지 애를 써도 마음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독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본인들이 생떼를 부려 자기 것인 양 이름표를 붙인다 해도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곳. 누군가에게는 지도 상의 글자 하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순례의 행렬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곳. 독도는 한민족의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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