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주총회에서는 기관투자가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ㆍ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연기금 및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 실적 분석에 한창이다. 대다수 상장사가 부진한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실적 악화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강한지, 아니면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이 더 무거운지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펀드수익자에 도움이 되느냐가 의결권 행사 방향의 기준”이라며 “주요 상장사는 지난해보다 지분율이 높아진 만큼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도 “사안마다 다르지만 의결권 행사는 적극적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큰손’ 국민연금도 올해 주총에서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친기업적이어서 의결권 행사에 다소 소극적이지 않을까’하는 시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자세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분율 1% 이상 상장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며 “연금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주총에서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의 안건 반대율은 각각 0.6%, 4.9%에 불과해 ‘거수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처럼 올해 주총에서 기관들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인 것은 상장사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저조한 실적은 배당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주이익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와 한화 등 일부 기업은 경영진 교체 및 인수합병(M&A) 등이 주총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성펀드’를 통해 국내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오는 27일 열리는 포스코 주주총회에 참석, 이구택 회장의 중도퇴진을 둘러싼 의혹을 추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펀드의 주식자산 보유총액(시가총액 비율)은 2004년 15조5,550억원(3.5%)에서 지난해 6월 말 현재 136조4,430억원(14.6%)까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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