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외환은행 인수 철회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샌디 플록하트 HSBC 아태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외신들과 인터뷰를 갖고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록하트 대표는 “계약 연장기간이 끝나면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검토해야 한다”며 “HSBC는 다른 선택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5월 말 HSBC가 인수 포기 가능성을 발표한 후 불과 보름 만에 나온 것으로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 관련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자 ‘대(對)정부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HSBC는 지난달 25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HSBC는 한국 정부가 조만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외환은행 인수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며 “몇 주일 안에 진전이 없으면 HSBC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HSBC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등과 함께 태국 뱅크타이의 지분 42%를 인수할 후보로 거론되는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은행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HSBC가 오는 7월1일부터 7일까지 계약파기가 가능한 옵션 조항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와 HSBC는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7월 말까지로 연장했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해왔다. 금융계에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철회 가능성은 이달 1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판결 이후에나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5일 언론재단 포럼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있어야 스탠스(입장)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쇠고기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충분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HSBC나 론스타나 더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감독당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계약파기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17일 항소심 이후 당국의 움직임이 없으면 사실상 HSBC는 론스타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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