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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7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거시건전성분석국'을 '금융안정국'으로 바꾸고 관련 업무를 강화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 명칭에는 '분석'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금융시장 관리·감독과 관련된 한은의 역할이 제한됐으나 이제는 전반적인 금융안정을 총괄하는 느낌을 주고 실제 부서의 몸집도 커져 금융위 역할과 중복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거시건전성분석국을 한국은행법 목적조항 용어인 금융안정국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한은법 1조 2항에 '금융안정'이 명시돼 있으므로 이를 반영해 국 명칭을 바꿨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스템연구팀'을 '금융시스템연구부'로 승격하고 산하에 은행·비은행분석팀을 둬 금융계 현안 및 잠재리스크를 분석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른 기관의 조직개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면서도 "주무부처인 금융위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연관 업무를 확대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 한은과 금융위가 모두 참석한다"면서 "여기서 역할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은 관계자는 "한은법에 금융안정이라는 권한이 명시돼 때문에 국실장급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며 "금융위와 사전 논의는 없었다. 금융위도 부서 이름을 바꿀 때 한은과 논의를 안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은과 금융 당국과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은은 지난 2005년에도 금융안정국을 신설하려 했지만 정부 반대로 '분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금융안정분석국'을 만들었다. 한은법에 금융안정 조항을 만든 직후인 2012년 초에는 금융안정분석국을 '거시건전국'으로 바꾸려 했지만 역시 정부 및 당국의 반대로 '거시건전성분석국'으로 명칭을 정했다.
당시 정부와 당국은 "금융 당국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거시건전성 전반을 책임지는 듯한 명칭의 부서를 출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와의 갈등구도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한은은 금융안정 외에 물가·금융시장 등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일단 조사국 내 물가분석팀을 부로 승격했다. 저물가 및 오는 2016년부터 적용될 물가안정목표제를 현 경제 상황과 적합하게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또 현재 통화정책국 내에 있는 금융시장부를 금융시장국으로 승격시켰다.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로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한은은 1월 말 정기인사와 맞물려 현행 15부서(11국-1실-3원) 130개팀의 조직을 16부서(12국-1실-3원), 138개팀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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