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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 고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장기간 환매가 지속되면서 신규 펀드가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자투리 펀드 청산 요구에 판매사들까지 소규모 펀드 판매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설정에 애를 먹고 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후 설정된 국내ㆍ해외 공모형(주식ㆍ주식혼합ㆍ채권혼합ㆍ채권형) 펀드는 29개로 1월 9개, 2월 13개, 3월 7개에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23개 펀드가 출시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이 중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약 석 달 간 총 8개에 그친 상태다. 이는 지난해 한달 평균(11개) 신규펀드 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신규펀드 급감은 증시 고점에 대한 부담과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부담으로 펀드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초 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5조6,850억원이, 해외주식형펀드에서는 1조720억원이 빠져나갔다. 글로벌 증시기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동성을 제외하고 기업 실적이나 경기 회복 조짐과 같은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자 조정을 우려한 자금들이 돈들이 펀드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사들은 기존에 준비하던 펀드 출시도 미루고 시기만 엿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신규 펀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시기를 엿보고만 있다"며 "당분간은 분할매수 펀드 같은 안정형 상품 외에는 신규 펀드가 빛을 볼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 몸을 사리는 운용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판매사들의 시큰둥한 반응도 신규펀드 설정에 애를 먹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 청산에 팔을 걷어 붙이면서 초기 자금이 확보된 펀드 위주로만 론칭하려는 판매사들의 경향은 심화됐다는 것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어정쩡한 장 상황에서 신규펀드 판매에 잘못 나섰다가는 업무상 번거로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중형 자산운용사의 상품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투리펀드 청산 요구로 소규모 펀드를 판매하면 매월 자투리펀드 관련 수시공시를 해야 하고 펀드를 해지할 때 고객의 항의를 받게 되는 등 불편을 겪게 된다”며 “계열사를 제외하고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할 판매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최소 50억원 이상 시드 머니를 확보한 펀드들만 판매사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초기 설정액 100억원 이상 확보', '1년 이상의 트랙레코드' 등의 요건을 제시해 이를 충족시킬 경우에만 펀드 론칭을 해주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신규펀드 판매에 대한 판매사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 초기 규모를 바탕으로 '될성부른 떡잎(펀드)'에만 판매사가 몰리면서 신규 펀드 수는 줄었지만 설정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올 1월과 2월 설정된 신규 주식형펀드는 각각 3개, 4개로 지난해 11월(5개), 12월(10개)보다 적었지만, 설정액은 1월 1,362억원, 2월 1,655억원을 기록하며 11월(360억원), 12월(355억원)보다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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