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사무실에도 몇 점 더 있습니다." 서정진(51) 셀트리온 회장은 김 화백 그림 외에도 조각 등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셀트리온 본사는 건물 복도와 직원 사무실 등 곳곳에 이른바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다시 보니 건물도 세계 톱클래스의 설계 회사가 만든 그런 예술작품 중의 하나였다. "회사를 설립할 때 목표가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기업이 되는 것이었죠. 그러려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야 하고 그 인재들이 일하는 공간도 세계 최고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외국 회사 관계자들도 첨단 신약 제품의 생산을 믿고 맡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생물학 제재 신약 생산 전문 기업이다. 2005년 미국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와 10년간 2조5,000억원 규모의 제품 생산 계약을 맺어 세계 신약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계약은 원화 베이스로 했으며 매년 국내 물가상승률 만큼 보전받는 조건이었다. 쉽게 말해 수주하는 쪽(셀트리온)이 갑의 입장에서 맺은 계약이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무명의 기업이 단숨에 2,500억원의 연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서 회장이 그 궁금증을 조목조목 풀어주었다. -세계 생명공학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위상은 어디입니까. ▦세계 생명공학 시장의 대세는 생물학 제재입니다. 화학 합성 분야는 사양길입니다. 그런데 생물학 제재 분야는 가장 중요한 게 신약 개발이 아니고 생산설비입니다.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기본 투자자금이 수 천억원, 투자기간은 최소 6년 정도 필요합니다. 이걸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생산을 아웃소싱으로 처리합니다. 셀트리온은 신약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현재 생산규모 면에서 세계 3위입니다. 2010년이 되면 1위로 올라갑니다. 얼마 전부터는 신약 개발도 시작했습니다. 이 신약들이 201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하면 매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2015년이 되면 셀트리온은 세계 생명공학 기업 빅3 안에 들어갑니다. -신약개발보다 생산을 먼저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생명공학 사업을 하기 위해 2년간 구상을 했습니다. 국내부터 시작해 일본ㆍ유럽ㆍ미국을 돌며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여행경비만 20억원이 넘게 들었죠. 결론적으로 한국적인 상황에서 신약 개발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신약은 물질을 개발한 이후 임상을 거치는 데에만 5,000억원 이상이 듭니다.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갖추는 게 필요했죠. 그래서 생각한 게 신약 생산입니다. 생산은 지금도 그렇지만 이후로도 계속 설비가 부족합니다. 투자규모와 기간이 크고 길어 진입장벽도 아주 높은 편이죠. 그러니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게 개발이 아니고 생산인데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키운 뒤 신약 개발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죠. 현재까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약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어떻게 확보하셨나요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인 제넨텍으로부터 전수 받았습니다. 제넨텍은 에이즈 백신을 개발 중이었는데 고민이 있었습니다. 에이즈 백신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죠. 비싼 돈 들여서 만든 자체 시설에서 생산하기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우리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대신 생산하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 개발에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기술은 받고 생산 의무는 벗어나 이를 테면 '꿩 먹고 알 먹고'가 된 겁니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최고라고 하던데요. ▦최고 인재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직원 임금은 국내 대기업의 평균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혹시 임금이 결정된 뒤 대기업 평균 임금이 올라가면 다시 보전해줍니다. 회장인 저보다 임금이 많은 직원이 6명 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송도비치호텔의 피트니스 센터 회원권을 갖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늦어 밤에 퇴근을 할 때는 택시를 공짜로 타고 갈 수 있습니다. 택시요금은 나중에 택시회사가 셀트리온에 청구하죠. 식당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요리사가 최고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다. 요리사에게는 소속 회사가 지급하는 임금 외에 셀트리온이 따로 보너스를 지급하기 때문에 가능 능력 있는 요리사가 우리 식당에 오게 됩니다. ■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생명공학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생물학 제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세계 유수의 신약 개발회사들의 생산을 대신해주는 회사다. 2010년부터는 자체 신약 개발에도 나설 예정으로 현재 3건의 신약 후보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제약사인 BMS의 관절염 치료제 '아바타셉트'를 생산 공급하는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매년 2,500억원의 매출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아바타셉트를 생산하는 제1공장에 이어 제2ㆍ제3의 공장을 완공 예정으로 짓고 있다.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셀트리온의 생산규모는 지금의 5만리터에서 24만리터 이상으로 늘어나 세계 1위 생산기업이 된다. 지난해 순이익(세전)은 500억원이며 이후 꾸준히 올라 2012년에는 2,5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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