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금융위원회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합쳐져 올 2월 탄생한 금융위(위원장 전광우)는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이번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처의 위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선 정책 환경을 놓고 보면 장점과 단점이 있다. 단점은 옛 재정경제부에서 독립됨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정책 동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금감위와 통합되면서 금융시장을 좀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정책의 장ㆍ단점 속에서 전광우 위원장을 비롯, 금융위 직원들은 현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스크 관리 못지않게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신생 부처 금융위의 위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최대 과제를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에 두고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위기 매뉴얼로 전환, 전직원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 등과의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며 단계별 비상 플랜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금융기관 건전성이다. 몇 년간 지속된 금융기관의 외형 확대와 순이익 감소 등으로 리스크 대응 능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등이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것처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심리 위축시 시장에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고민이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은 심리다. 시장이 심상치 않을 경우 오버 슈팅을 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위는 이를 잘 조화시키는 의무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등 금융당국 간부들이 잇따라 ‘은행들에 대출회수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한편에서는 ‘주가급락에 대배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거시정책을 운용할 수단이 없다 보니 타 부처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금융위가 앞장서 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 등 관계기관 간 회의를 주도하는 것 역시 금융위로서는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정책 총괄 부처는 금융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시정책은 금융위 판단 하에 집행이 가능하나 연기금 주식투자자금 조기 집행 등 거시정책은 재정부와 한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융위 출범 당시 일각에서는 ‘막강 파워’ 부처라며 견제의 눈길을 보냈다.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여하에 따라 겉만 파워 부처인지 실력도 갖추고 있는지 판가름 나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