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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에 SOS신호 환율안정 의지 과시
입력2004-11-22 18:21:39
수정
2004.11.22 18:21:39
[李부총리-朴총재 회동] 발권력에도 한계…실탄확보 미지수<br>美 노골적 弱달러·물가불안등 부담 '방향전환'보다 '속도조절'에 무게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 “필요하면 행동할 것”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동원하며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올들어 가장 강한 어조였다. 하지만 환율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시장은 정부의 실탄(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이 바닥난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다음날 “하락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각오를 재차 밝혔지만 환율은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이런 와중에 주말에 터져 나온‘그린스펀 쇼크’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달러약세를 묵인, 추가하락이 이어질 것임을 내비친 것이었고 이는 ‘달러당 1,000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었다. 엔ㆍ달러 환율은 이미 102.70엔까지 급락한 터였다.
이 부총리는 결국 22일 아침 중앙은행에 ‘긴급 SOS’를 보냈다.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정책비서관이 ‘3자 회동’을 가진 것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다 강한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회동사실을 일부러 시장에 알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면상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한 딜러는 “재경부와 한은이 갈등을 빚어온 것처럼 비쳐진 점,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온 ‘역외선물환시장(NDF) 파문’(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대규모 혈세손실) 이후 재경부의 손발에 족쇄가 채워졌다는 점 등을 불식시키려 했을 것”이라며 “(환율안정에 대한) 공조의지를 과시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정부의 ‘남은 실탄’이다. 정부는 올해 18조8,000억원의 환시 안정용 국고채 발행한도를 확보했으나 22일 1조원을 추가 발행, 남은 것은 1조8,000억원뿐이다.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3년 만기 외평채 1조2,000억원어치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한도는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정부의 실탄은 없다. 정부로서는 환시안정을 위한 마지막 수순으로 중앙은행의 도움이 필요했고 이 부총리는 이날 박승 한은 총재에게 발권력 동원을 포함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지의 약발이 얼마나 먹히느냐 여부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한은이 달러당 1,05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하루 동안만 보면 일단 ‘재미’를 본 듯하다.
달러당 1,062원으로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1,060원까지 떨어졌으나 회동소식이 알려진 오전11시께 1,063원대로 반등했다. 외화예금으로 들어와 있는 220억달러 규모의 달러예금에서 투매세가 멈춘 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중기 곡선을 예측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127조원. 이자만도 매년 5조원이 나간다. 발권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화팽창에 따른 물가불안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약달러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율방어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알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부총리가 유난히 ‘속도조절’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근본적인 방향전환보다는 성장을 외끌이하고 있는 수출업체들에 시간을 주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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