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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하는 거대 회사다. 건설과 기계, 전자, 제약 등 고른 사업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이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가문의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군 복무를 해야 하고 글로벌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을 포함해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또 이 가문은 공익재단을 통해 활발한 사회환원도 펼치고 있다.
이제는 식상할 정도지만 발렌베리가는 여전히 국내 오너 경영을 얘기할 때 단골 소재다. 삼성과 발렌베리가의 얘기가 처음 등장한 것이 지난 2003년임을 감안하면 10년이 더 지났음에도 아직 더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오너 경영은 △신속한 의사 결정 △과감하고 장기적인 투자 △위기극복 등에 확실히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으로서 고도의 도덕성도 요구 받다 보니 총수일가 개인사나 발언, 행동 등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경우 경영에까지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다.
전문가들은 '오너 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의사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창구를 만들고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오너가 먼저 국민과 호흡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SNS 시대 의사소통 선택 아닌 필수=지난해 말 있었던 '땅콩 리턴' 사건은 오너 일가의 행동이 실제 경영에 얼마나 큰 차질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처럼 특정 사건을 숨기는 일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나 문제 해결 의지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업무를 추진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오너층의 음주소란과 다툼, 도박 등도 실시간으로 퍼지기도 한다. 실제 적지 않은 오너 경영인도 SNS 등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땅콩사건'으로 달려졌다고는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문화가 상명하복식으로 이뤄져 있고 오너가가 지시하는 것은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오너가는 아랫사람으로부터 충언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정관계와 언론 등 외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평가를 들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오너 경영인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오너 경영인들은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소통'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 같은 업무 외에 종교나 식사 등 신변잡기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리며 폭넓게 소통한다. 게시물에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회장과 사원 간에도 대화가 이뤄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도 꾸준히 SNS를 활용한다. 지난달 말 동국제강의 단독 대표가 된 장세욱 부회장은 사원들의 이름을 외우고 근황을 물을 정도로 스킨십 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회사 상황과 업종에 맞는 의사소통 창구가 필수라는 얘기다.
◇사회적 책임의식 더 높여야=오너 경영인들의 최대 약점으로 전문가들은 '소통부족' '특권의식' 등을 꼽는다. 태어났을 때부터 일반인들과 다른 환경에서 배우고 자라 초고속 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만큼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사장이 된 인사들보다 현실감각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너 경영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는 '소통'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꼽힌다.
국민들은 오너 경영진이 무언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의 사건을 경험한 탓이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인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 '베테랑'도 권력과 돈을 가진 재벌 3세에 대항하는 서민 형사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는 게 흥행전략이다. 오너 일가는 존중과 배려, 예의 등과는 거리가 멀고 부정이나 부패, 범죄와 연루됐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자극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는 재벌과 오너 경영인에 대한 인식은 실제보다 더 안 좋은 측면이 있다"며 "오너 경영진은 한국사회의 지도층이므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 딸 민정씨는 해군 소위로 임관했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큰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으로 경기도 전방 특공부대에서 2005~2007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특권의식을 버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 국민과 함께 성장해나간다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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