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주식 매입을 확대하는 동시에 매수 대상도 다각화하는 추세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정보기술(IT) 관련 종목들을 중점적으로 매수했으나 지난달에는 유동성 기대감으로 금융과 건설 등으로 매수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운수장비 등 경기 관련 업종 전반으로 매기를 확산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수급 구조상으로는 당분간 외국인이 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우선적으로 매수하는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실적개선 업종으로까지 매수세 확대 3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3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선 셈이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주식 매입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전일에 비해 6.78포인트(0.53%) 오른 1,283.75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점차 높아진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200선을 재돌파한 지 불과 4거래일 만에 1,300선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들은 매수 강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매수세를 특정 업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화학ㆍ의료정밀ㆍ통신ㆍ보험을 제외하고는 전업종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이날은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운송장비업종에서도 1,2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말과 지난달 중순 이전까지 IT 등 특정 업종에만 매수세를 집중됐던 흐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매수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를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에 대비해 실적호전 업종에 대해서도 선취매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1,300선 돌파도 외국인이 좌우할 듯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은 철저한 외국인 장세로 지적된다. 코스피지수별로 수급상황을 보면 1,100선대였던 지난 3월11일부터 23일까지는 기관의 순매수액(1조5,000억원)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1조3,000억원)를 웃돌았다. 그러나 지수가 1,200선을 돌파한 지난달 24일 이후 기관의 추가 순매수 금액은 965억원에 그친 반면 외국인은 1조4,000억원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지수 1,200대는 그야말로 외국인에 의해 조성된 만큼 앞으로 1,300선 돌파 가능성도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관의 경우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이 여의치 않고 이미 주식편입 비율도 높아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에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했는데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1,300선 돌파 여부도 외국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선호 업종에 관심 높아져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 업종이나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현대차ㆍ신한지주ㆍ현대건설ㆍKB금융ㆍ포스코ㆍLG전자ㆍ현대중공업ㆍ한국전력ㆍ현대모비스 등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ㆍ금융ㆍ건설ㆍ철강ㆍIT 등 경기 관련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 금액이 고르게 퍼져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세가 경기지표 개선과 함께 개별 기업의 실적개선 기대감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매수 우위가 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끌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는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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