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긴급진단] 제약산업 구조조정
입력1999-03-01 00:00:00
수정
1999.03.01 00:00:00
국내 제약산업의 표면적인 성적표는 괄목할 만하다. 9조원규모로 추산되는 시장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했고 최근 10년 평균성장률이 10%이상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상장제약회사의 특허취득건수도 지난해 73건으로 97년에 비해 무려 265%나 늘었다.그러나 이러한 성적표도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금새 그 허상을 볼 수 있다. 국내제약업계의 97년 총매출액은 4조원규모. 美달러로 환산하면 약33억달러정도다. 이를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인 그락소웰컴사의 연간매출액 280억달러와 비교하면 겨우 10%를 조금 넘는 금액이다.
연구개발비를 비교해보면 더욱 한심하다. 다국적회사에서 한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는 연구개발비는 평균 2~3억달러규모에 달한다. 이에반해 국내 제약업계가 지난해에 특허취득을 위해 쏟아부은 투자액은 겨우 1,266억원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기업의 한개 신약에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97년에 비해 3배이상 늘어난 결과다.
이처럼 국내제약산업이 낙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국내업체 대부분이 영세성하다는 점이다. 97년 현재 30위권에 포진한 업체중 자본금 규모가 200억원을 넘는 기업은 불과 20%선이다. 나머지는 모두 1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국내제약업체가 총 45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규모를 가진다고 하는 회사가 2%가 채 안된다는 결론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미미하다. 외국 다국적기업의 경우 R&D 투자비용이 총매출액의 10%를 넘는 기업이 수두룩 하지만 우리의 경우 3%를 넘는 곳이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것이 국내제약사들의 현주소다.
투자가 없으니 기술축적도 기대할 수 없다. 90년이후 국내최초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지금까지 신약 1호가 나오고 있지 않은 것은 그 반증이다. 그나마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용화단계에 이르지 못한채 임상실험 도중 다국적회사에 로열티나 라이센스료를 받고 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명의약품에 대한 복제도 성행하고 있다. 한가지 제품이 히트를 치면 몇년 못가 유사제품이 쏟아지는 것도 복제가 매출을 올리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삼성제약과 광동, 조선등이 벌였던 마시는 우황청심환 특허소송분쟁이 그렇고 은행잎 추출액제재를 둘러싼 업체간 갈등이 바로 그 좋은 예다.
업계간의 출혈경쟁도 문제다. 제약협회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임성기(林盛基) 한미약품 회장이 『현재 약값수준은 바닥』이라고 지적한 것은 그만큼 덤핑이 심하다는 얘기다. 물류및 판매관리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33.5%나 돼 타업종에 비해 3배나 높게 나타난 것도 이때문이다.
매출채권의 회수기일이 너무 긴것도 제약업계를 옥죄는 조건중 하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제약회사의 매출채권 회전기일은 평균 280일정도로 일반제조업체 평균의 4배가 넘는다. 즉 물건을 팔아도 8~9개월이 지나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원래 제약산업은 수익률이 30%에 달하는 고부가산업이다. 제약업체가 80년대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바로 이러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수익률은 3~4%가 고작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올들어 터진 식품의약청안정청 간부의 잇단 구속과 병원등 의료기관의 납품비리사건은 그 열쇠를 푸는 단초다.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 업체 관계자의 얘기는 이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우리도 변하고 싶다. 하지만 제약요소가 너무 많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송영규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