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8일 핵심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를 올해 내 상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는 물론 동종 업종에 미칠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당장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 등 삼성계열사는 과거 경영 참여 등의 목적으로 비상장사인 삼성SDS 지분을 싼 값에 취득했기 때문에 보유 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가 대주주로 있거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사업 재조정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SDS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따라 LG CNS, 포스텍, 현대오토에버 등 다른 대기업 계열 비상장 SI 업체의 추가 상장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삼성 계열사 3인방 보유 지분 가치 대폭 상승 예상=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비상장 회사인 삼성SDS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삼성전기(7.88%) 등 세 곳이다. 이들은 과거 삼성SDS에 대한 경영 참여 등의 목적으로 주식을 싼 값에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삼성SDS 주식 1747만여주를 61억6,000만원에, 삼성물산은 1,321만여주를 1,804억3,600만원에, 삼성전기는 609만여주를 831억6,000만원에 각각 취득했다. 주당 취득가액을 따지면 적게는 352원(삼성전자)에서 많게는 1만3,653원(삼성물산)까지다.
이날 오전 현재 장외시장에서 삼성SDS의 주식은 한 주당 14만9,5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공모일정과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가격을 단순 적용하면 이들 계열사는 큰 폭의 보유 지분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장외가 기준으로 취득가액 대비 지분가치 상승률을 따져보면 삼성물산은 994.9%, 삼성전기는 996.6%에 달한다. 지난 1992년 경영 참여 등을 목적으로 삼성SDS 주식 1,747만여주를 취득한 삼성전자의 경우 상승률이 무려 4만2,303.6%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미실현 손익으로 분류해놓았기 때문에 삼성SDS가 상장되더라도 당장 기업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취득가액이나 장부가액과 비교해 IPO 후 주가가 오르면 보유 지분 가치가 오르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삼성SDS 지분 보유 기업도 훈풍=이날 삼성SDS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의 주가도 일제히 치솟았다. 직장인 교육 전문업체 크레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5만4,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공인인증서 발급 업체 한국정보인증 역시 상한가를 기록하며 4,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S는 크레듀 지분 49.75%, 한국정보인증 지분 9.27%를 보유했다.
삼성SDS가 상장을 계기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글로벌 ICT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삼성SDS의 사업 재조정, 해외 사업 확장의 수혜를 이들 관계사가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듀의 경우 삼성SDS 내 멀티캠퍼스 부문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가 주력 부분인 ICT 사업에 특화하면 교육 부문을 맡고 있는 멀티캠퍼스 부문을 상장 전 떼어내 크레듀에 넘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SDS의 멀티캠퍼스 부문을 크레듀가 인수합병하면 삼성그룹 내에서 인사와 교육 관련 무게중심이 크레듀에 실리는 구조가 형성된다"면서 "멀티캠퍼스 부문의 외형이 크레듀와 비슷한 만큼 현재 외형이 두 배가량 커지면서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정보인증의 경우 삼성SDS의 해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솔루션 사업과 웹사이트 인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삼성SDS의 ICT 사업 확장에 따라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회사가 상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삼성SDS의 상장이 이들 관계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가 기업공개에 나서면 지분평가이익이라는 주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크레듀나 한국정보인증은 오히려 반대의 경우라 주가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박 팀장은 이어 "특히 한국정보인증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공인인증사업의 경우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사업적 측면에서도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비상장 SI 계열사 상장 줄잇나=삼성SDS의 기업공개는 SI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SI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 중 3위 업체인 SK C&C만 상장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에 SI 업종 자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자체가 적었지만 삼성SDS가 상장되면 SI 업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SI 업종의 멀티플(주가 가치)을 상향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I 업종은 성장이 큰 사업구조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로 업계 1ㆍ2위 업체가 상장돼 있지 않아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삼성SDS가 상장하면 SI 업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이고 이는 주가 가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 CNS, 포스텍, 현대오토에버 등 대기업 계열 비상장 SI 업체의 추가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재형 대신증권 IB솔루션본부장은 "이전에 생명보험사들 역시 2009년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줄줄이 상장을 한 사례가 있어 SI 업종에서도 삼성SDS를 시작으로 연이어 상장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대기업 계열 SI업체의 경우 지분 관계가 복잡해 지분이 정리되면 상장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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