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조엘 클레인 뉴욕교육감은 교육현장에도 시장 원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학교장은 일종의 최고경영자(CEO)인 셈이죠. 교장에게 최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실적이 나쁘면 교장을 교체하거나 아예 퇴출시켜버립니다.” 이황룡(사진) 뉴욕시 교육위원은 “한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미국으로 조기 유학하는 것은 높은 질을 요구하는 교육 수요를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평준화의 틀에 얽매인 교육정책이 어린 학생들을 조기유학으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위원은 352명으로 구성된 뉴욕시 교육위원 가운데 한국계 위원 2명 중 한명으로 뉴욕 한인 밀집지역인 퀸즈 플러싱 지역 25학군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건너온 어린 학생들이 미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도는 경우가 적지않다며 “영어 하나 때문에 자녀들을 미국에 보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시가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고등학교 50개를 폐쇄하기로 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공부에 너무 매달리게 한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뉴욕은 워낙 많은 인종들이 섞여 있고 빈부격차와 학력격차도 심하다. 학력저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충격 요법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다른 주나 시에서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교육위원에 대해 소개한다면. ▦2년제 선출직으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학교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주변 횡단보도 설치와 같은 간단한 것부터 학교장 해임 건의, 학교 분리 및 신설 요구 등도 제기할 수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의 의결을 거친 안건은 교육청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한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데 양국의 교육시스템을 비교한다면. ▦학모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대구 지역 교직원들이 뉴욕시 교육현장을 방문했는데 학부모회(PTA)가 가지는 학교에 대한 영향력을 듣고 매우 놀라워했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개입 내지 간섭을 억제한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한국의 평준화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리석은 정책이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교재를 가지고 같은 내용을 공부한다면 재능 있는 학생들의 미래를 망치는 길이다.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영재반이나 우수반에서 공부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수요가 있다면 당연히 교육당국은 그것에 걸맞게 공급해야 한다. 학생과 학모부의 요구를 총족시키지 못하는 학교는 퇴출감이다. -한국 학생들의 조기유학에 대해 미 교육당국은 어떻게 보나. ▦이른바 ‘기러기 자녀’라고 해서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불법체류자라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한인 밀집지역 학교에서는 한국인 학생들이 많은 반의 경우 미국인들이 다른 반으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 /뉴욕=권구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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