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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기업의 수출실적 부진은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 등 3대 주력 산업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심각하다. 이들 산업은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지탱했다.
당시에는 위기가 동남아나 미국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파급 기간과 범위도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외환위기나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를 비교적 덜 받는 유럽ㆍ중국 등으로 공략시장을 다변화해 고비를 넘었다.
반면 현재의 위기는 거의 전지구적이며 종결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 위기 양상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수출 지역 다변화와 예전의 방식을 답습하는 뻔한 대안으로는 실적을 만회하기 어렵다. 새로운 수출 레퍼토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수출 경기 악화가 올해 우리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일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대외 여건 악화로 전년 대비 1.7%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제시했던 전망치인 7.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최 연구원은 이 같은 수출 부진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전망치보다 17조1,000억원이나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 역시 기존 예상보다 28만1,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더 큰 문제는 수출 부진이 올해만 넘긴다고 해소되리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 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는 보호 무역주의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는 탓이다. 최 연구원은 "8월 현재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ㆍ상계관세ㆍ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는 122건으로 지난해의 106건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내수를 살려 수출 부진 공백을 메우고 기존 주력 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을 신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해 위기의 파고를 넘겠다고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 가계부채가 한계점에 이른데다 급변하는 물가로 국민이 지갑을 적극적으로 열어 소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현금을 쌓아만 둘뿐 좀처럼 고용ㆍ투자로 선순환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돈을 풀지 못하면 해외 기업과 자본가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이슬람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스쿠크법(이슬람채권법) 입법이 종교적 이유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산업계 자금 역시 최근 독도 영유권 등으로 비화된 한일 간 외교마찰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결국 내수 진작이 단기간에 확장되기 어렵다면 대외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수출에 정책의 힘을 다시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조선, 정보기술(IT) 등 수출둔화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선진국의 보호무역 성향이 부각될 경우에 대비해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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