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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경기악화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금전대여, 주식 및 부동산 거래, 합병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는 도움을 주는 회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계열회사나 관계사에 대한 ‘금전대여’ 공시 건수는 유가증권시장 3건, 코스닥시장 6건 등 9건이나 된다. 이니시스는 지난 2일 계열회사 모빌리언스에 165억원을 대여했다고 발표했다. 165억원은 이니시스 자기자본의 47%가 넘는 금액으로 이율은 9%다. 같은 날 이니텍도 모빌리언스에 95억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이니텍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외국계 펀드인 ‘크레인 파트너스(Crane Partners)’로 이니시스와 동일하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모빌리언스가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금 공백이 생겼다”며 “타 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관계사 이니시스와 이니텍에서 단기 자금을 대여 받는 것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의 보루네오가구도 지난해 12월31일 계열회사 보루네오엘앤에스의 시설 투자자금으로 19억원 상당의 자금을 대여했고 티에이치엔도 계열회사에 운영자금 대여 목적으로 43억원을 빌려줬다. 또 SNHㆍ카엘ㆍ대성엘텍 등도 계열회사의 운영자금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 계열회사 간 부동산이나 주식을 거래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동부증권은 5일 계열 회사인 동부상호저축은행의 주식 86만9,000주를 179억원에 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취득 목적을 ‘영업 시너지 제고 및 유가증권 투자’로 밝혔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12월24일 동부금융센터 지분을 계열사인 동부생명과 동부제철로부터 462억원에 사들였다. 표면적인 거래 목적을 ‘투자’로 밝히고 있지만 실제는 계열회사 간 유동성 지원이라는 것이 증권 업계의 분석이다. 효율성 제고 목적의 계열회사 간 합병사례도 공시의 단골손님이다.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의 세아홀딩스ㆍ풀무원홀딩스 코스닥시장의 예신피제이ㆍ대양제지공업이 계열회사 간 합병 사실을 알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관계 회사끼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도움을 주는 회사 측면에서는 계열회사가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독립된 회사가 자력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힘드니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냐”며 “긍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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