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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현 전부총리 별세] 80년대 '안정속 성장' 기틀
입력1999-04-05 00:00:00
수정
1999.04.05 00:00:00
이종석 기자
지난 80년대 두차례나 부총리를 역임하며 「안정속의 성장」기조를 일구어낸 신병현(申秉鉉) 전 부총리가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5일 자정) 미국 워싱턴에서 뇌출혈로 별세했다.황해도 장연(長淵)출생인 고(故) 申 전부총리는 일본 후쿠시마(福島)경제전문학교와 미국 아메리칸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부장을 세차례 역임했으며, 조사부장 시절 당시 차장이었던 김정렴(金正濂)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추천으로 대통령 경제담당특별보좌관에 발탁되면서 공직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78년 한은총재로 자리를 옮겼으며 10·26사태가 일어난 다음해인 80년 상공부장관에 이어 부총리로 연거푸 영전했다. 82년 퇴임후 무역협회장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83년 아웅산 테러사태로 두번째 부총리로 돌아와 2년 3개월간 재직했다.
본인 스스로를 「곰바우」라 부를 정도로 원칙에 충실했던 申전부총리는 성장위주 경제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던 70~80년 당시 「안정속의 성장」기조를 강조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12대 한은총재(78년 5월~80년 7월) 시절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정권 전환기의 혼란 상황에서도 물가안정을 유도했다.
그는 부총리 재직 당시에도 고집스러울 정도로 안정 기조의 정책을 주도했다. 그의 정책방향은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하면서 연 7~8% 성장을 달성, 안정속의 성장을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이같은 그의 경제철학은 과도한 성장 위주정책으로 인해 만성적 인플레에 빠졌던 80년대 초반 경제상황을 안정기조로 바꿔 견실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했던 인물이었다. 이에 따라 지인(知人)들은 그를 철저한 원칙론자, 개인주의자, 가식없고 솔직한 사람, 관료냄새가 없는 사람등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은총재 시절 급히 결재를 받기 위해 밤늦게 그의 아파트를 찾은 한 직원은 문 밖에서 서류만 받고 그대로 돌려보내는 그의 생활자세에 야속함을 느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의 생활을 공개할 수 없다는 그의 개인주의적 생활습관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는 또 완벽주의자였다. 업무 수행에서 적당주의는 통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자주 그의 발언이 문제를 일으켰던 원인도 부하들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도록 작성해 준 답변자료에 자신의 의견을 불쑥 첨가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배짱과 뚝심은 가끔 놀랄 만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은총재시절 모든 결정사항은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재무부의 들러리 노릇은 할 수 없다며 분연히 사표를 내던졌다. 또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이 성장율을 정확히 예측못한 이유를 따져묻자 「신이 아닌데 어떻게 정확히 맞출 수 있겠느냐」며 반박, 뚝심있는 장관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난 90년 4월 은행연합회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고인은 자택에서 칩거하며 단전호흡과 서예, 영어서적 읽기 등으로 소일했다는 후문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성숙(李聖淑)여사와 1남3녀. 둘째딸 수정씨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컴퓨터시스템 담당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비타스 IMF 유럽담당 이사가 둘째 사위, 코오롱그룹 이동찬(李東燦)명예회장의 넷째딸인 은주씨가 며느리다. 고인은 자식들이 대부분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지난 96년부터 주로 미국 워싱턴에서 체류해 왔으며, 오는 6일 오전 영결미사를 거쳐 워싱턴 인근 게이트 오브 헤븐 묘지에 안장된다. /이종석 기자 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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