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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저금리 시대… 시장은 지금] 금리인하 약발 고작 이틀… 환율 3주새 50원↓

미국 고용지표 악화 이어 막대한 무역 흑자도 한 몫

원·엔 환율도 7년래 최저… 수출기업 추가 타격 우려

원·달러 환율이 8원가량 하락한 6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외화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시중으로 반출할 달러를 검사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 20여개국이 도미노 금리인하에 나서며 환율이 급락하던 때였다. 다음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75%로 내렸다. 국제 관례상 환율방어를 위한 결정이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환율전쟁에 참전을 선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약발은 불과 2거래일밖에 못 갔다. 지난달 16일 환율은 금리인하 직후보다 5원 상승한 1,131원50전까지 올랐으나 그것뿐이었다. 이후 15거래일 동안 약 50원이나 급락했다. 글로벌 달러강세가 주춤해진 탓이라고 하지만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하락폭은 월등했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환율시장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원·엔 환율까지 7년 내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안 그래도 흔들리는 수출의 추가 타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원90전 급락한 달러당 1,084원80전에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인하 후 최고점보다 46원70전 하락했다. 올해 2월4일(1,084원10전) 이후 2개월 만에 최저다. 원·달러 환율은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서도 하락폭이 유별났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지난달 12일부터 6일까지 신흥국 통화가치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은 3.7% 하락했다.

주요 신흥국 중 네 번째로 가파른 하락세다. 러시아(-8.3%), 멕시코(-4.2%), 남아프리카공화국(-4.0%) 등 화폐가치가 매일 급등락하는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가파르다. 원·엔 환율도 910원대(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오후3시 현재 100엔당 911원29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1원80전 내렸다. 2008년 2월29일(895원 57전) 이후 7년 내 최저다.



이 같은 환율급락은 주말 사이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되며 달러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또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도 추세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입액이 급감하며 지난달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최근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것도 환율하락 요인이다. 이외에 유럽·일본 등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캐리트레이드'도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엔화를 조달해 원화 표시 자산에 투자할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을 보여주는 유로원·엔원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설이 수그러들고 통상 2·4분기는 우리 수출이 호조를 보여 앞으로 환율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환율이 하락 지지선을 탐색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 수출은 더욱 혹독한 계절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대비 3.4% 줄어 3개월째 뒷걸음질쳤다. 원·엔 환율이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다. 엔화는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며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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