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여의도 금융위원회 사무실. 정식 출근시간을 갓 넘긴 오전9시2분에 한 사람이 현관문에 들어서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한 직원이 대뜸 ‘금융위 직원이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급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그는 “직원 아닌데요. 그걸 왜 물으시지요. 민원인입니다”라며 정문에 위치한 민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그랬을까. 이유를 묻자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9시를 넘겨 출근한 직원은 명단을 적게 돼 있다”며 바뀐 금융위 분위기를 전했다. 전광우(사진) 금융위원장이 민간 출신으로 사상 첫 금융위 위원장에 정식 취임한 것은 지난 8일 토요일. 불과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 위원장의 공직 기강잡기로 요약되는 새로운 업무 스타일에 전직원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요즘 9시를 넘겨 출근하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다. 이른바 불량(?) 직원 명단에 등재되기 때문이다. 불량 리스트에 오르면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ㆍ과장급 간부를 비롯, 대다수 직원들은 오전8시 전에 출근, 회의를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물론 전 위원장은 이보다 한시간가량 앞선 오전7시에 사무실에 도착, 1시간 동안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8시부터는 간부들을 호출, 본격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오전7시에 출근, 늦어도 8시부터 간부 호출을 한다”며 “8시 이후 출근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공직 기강을 잡기 위한 전 위원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1일 오전11시 금융위 기자실에는 예정에 없던 전 위원장의 브리핑 소식이 전해졌다. 사정을 알고 보니 급작스레 브리핑을 자청한 이유는 단순한 해프닝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위는 서초동 청사에 기자실을 마련하기 위해 사전에 출입기자 등록신청서를 받고 있다. 담당 직원이 시간이 다급한 탓에 참여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던 ‘출입기자 등록 등에 관한 기준’ 문서를 그대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서 참여정부가 마련한 언론 지침이 실수로 배포되면서 자칫 언론 통제로 비쳐진 것. 해프닝 수준에 그칠 사안인데 전 위원장은 지체 없이 기자실을 찾아 해명했다.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간부들이) 굳이 위원장이 내려가서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렸다”며 “하지만 직원의 실수이지만 조직을 총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직원의 실수는 곧 내 책임”이라며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심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며 “저는 다르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이다. (이 같은 저의 모습을) 긍정적 메시지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단순 실수로 벌어진 사안에 대해 금융위 수장이 이처럼 직접 나선 것도 이례적. 아울러 이 이면에는 금융정책 및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 직원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위원장 브리핑에 참석한 간부들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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