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상품으로 주목 받으며 야심차게 선보였던 재형저축펀드의 자금유입 규모가 출시 5개월 만에 4분의1 토막 났다. 최근 부진한 해외 주식과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지며 투자자의 중도해지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7월 들어 재형저축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7억원 규모다. 지난 3월 출시된 후 첫 달 99억원의 자금이 몰렸던 것과 비교할 때 73%나 급감한 수준이다. 월별 자금유입 규모는 4월 92억원, 5월 82억원, 6월 64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며 7월에는 22일 현재 20억원대에 불과하다.
재형저축펀드는 7년 이상을 유지해야 비과세혜택을 받는 장기투자 상품이다. 그러나 이번 달 들어 8개 펀드에서 총 1억2,847만원이 빠져나가는 등 중도해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재형저축펀드로의 쏠림도 심하다. 재형저축펀드 전체 설정액 369억원 중 47.5%(171억원)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권혼합형)' 1개 펀드에 몰려 있다. 설정액이 1억원 미만인 펀드도 전체 68개 재형저축펀드 중 61.8%(42개)나 된다. 설정액이 1,000만원에 못 미치는 펀드도 14개나 된다.
재형저축펀드가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는 것은 비과세혜택에도 불구하고 펀드 이동이 금지되는 등 다른 장기펀드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재형저축펀드에 한번 가입하면 일반 펀드에서 가능한 투자종목 교체, 분산투자 비율 변경이 불가능하다. 다른 운용사로 펀드를 이동할 수도 없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인 7년이 지나기 전까지 발이 묶이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증시 부진에 채권시장의 변동성까지 확대되며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 재형저축과 비교해 매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현재 전체 재형저축펀드 중 절반가량인 37개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 손실이 나면 재형저축펀드의 최대 장점인 비과세 혜택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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