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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지방분권 ‘삐걱’
입력2003-10-21 00:00:00
수정
2003.10.21 00:00:00
최석영 기자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방분권정책이 사무와 권한만 넘기고 이에 따른 재정 이양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약속했던 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이 흐지부지 되고,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떼내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장기과제로만 검토되고 있어 “정부가 정말 지방분권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들의 반응이다.
게다가 지자체들은 지방재정의 순 증은 한푼도 없이 지방도로정비와 지역개발 사업등에 투자했던 5조원 규모의 지방양여금 제도를 폐지해 교부세 법정률을 인상한다고 정부가 생색을 내자 `조삼모사`식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재정 순 증 한푼도 없어=“지역발전을 위한 재정확충방안을 마련하겠다. 국세와 지방세의 재원을 조정하고 자치단체의 지방자주재원을 확대하도록 하겠다. 또 지방교부세를 단계적으로 상향조정 하겠다”
이는 최근 고건 국무총리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3대 개혁입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정기국회에 상정하기 직전 발표한 담화의 요지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 상정된 지방분권특별법에는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현행 15%인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내년에 17.6%로 올리며 현 정부 임기 내인 2007년까지 20%로 인상한다`는 그 동안 정부가 거듭 약속했던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과 지방양여금법 폐지안에 양여금과 특별교부세를 폐지ㆍ감축해 이를 교부세와 국가보조금사업,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넘긴다는 내용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즉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빼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주며 생색만 내는 꼴이다.
◇지자체들 양여금법 폐지 반대=정부가 뚜렷한 용도를 정해 지원하는 지방양여금을 폐지하고 이를 자치단체장의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교부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에 두손들어 환영해야 할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가 아이러니 하게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양여금을 폐지하고 일부를 지방교부세로 이전하려는 것은 자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지방교부세율 인상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예년에 비해 지방재정을 한푼도 증액 시켜주지 않고 양여금으로 생색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양여금 폐지에 도로와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미흡한 경남과 전남 제주 등의 자치단체장과 교부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도권 지역 단체장의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지방분권 정책 너무 이상적=지방분권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행자부의 관리들 조차 정부의 정책이 너무 이상적이고 선동적이어서 이 같은 자치단체들의 반발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들에게 분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줘 놓고 막상 `재정 이양`이라는 핵심을 빼 버리니 이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순창 국민대(지방재정) 교수는 “지방분권 정책이 너무 장기플랜 위주로 가다 보니 이상적으로 해놓고 흐지부지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분권위원회도 좋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책임지고 추진할 과거정부의 `지방이양 추진위원회`같은 법률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양여금 대부분은 SOC시설에 대해 투자하고 있다”며 “이를 폐지해 단체장 재량에 맡기면 어떤 단체장이 임기안에 할 수 있는 생색나는 사업을 팽개쳐 두고 수년씩 걸리는 SOC에 투자 하겠냐”고 반문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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