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박철쇼' 진행…초대손님도 직접 섭외<br>개그 요소 떨어져도 사람 얘기 진솔하게 전달 '눈길'
탤런트 박철(40)은 진지하다.
사람들은 괄괄대면서 남들을 웃기는 것을 박철의 본 모습으로 안다. 물론 주위에서는 다들 그렇게 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방송계의 ‘폭탄’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변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의 ‘거침없던’ 말은 이제 느려지고 신중해졌다.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일까. 박철은 이러한 부분을 토크쇼를 통해 풀어내려고 한다. 그는 지난 달부터 케이블 영화 채널 스토리온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철쇼’(매주 금요일 오후11시)를 진행하고 있다.
탤런트 성지루, 개그우먼 이경실 등이 보여준 진솔한 이야기와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씨와 함께 하는 ‘사랑의 기술’ 코너는 방송 초기부터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철, 자신은 토크쇼를 통해 진실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꾸밈이나 장난 없이 전하고 싶단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박철쇼’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또 인간, 박철은 왜 변한(?) 것일까.
#‘박철쇼’는?=“. 악다구니처럼 웃기려고 대드는 게 아니라, 정도를 걷는 토크쇼입니다” 박철이 천천히 입을 연다. “, 등불 같은 토크쇼가 되기를 바라는 셈이죠”
‘박철쇼’는 초대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1부와 30~40대 부부들의 성생활 등 ‘사랑의 기술’을 배워보는 2부로 구성된다. 그의 말처럼 1부는 보통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그 동안 배우 김수로, 개그우먼 이경실 등 스타가 출연했지만 그들이 해준 이야기는 기나긴 무명 시절, 이혼 후의 아픔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토크쇼는 약간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직 ‘무릎팍 도사’나 ‘야심만만’처럼 속도감 있는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는 중요한 부분만을 제가 짚어 진행의 속도를 높일 거에요. 말을 빨리 하는 게 아닌 군더더기 없고 핵심만 담긴 토크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는 초대 손님을 직접 섭외한다. 자신의 쇼 성격에 맞는 이들을 출연시키기 위해서다. “가수 신해철, 탤런트 이계인 씨 등이 출연하게 돼요. 배우 김혜수 씨는 지금 섭외 중이랍니다. 앞으로는 산악인 엄홍길 씨나 구호활동가 한비야 씨 등을 초대하고 싶네요(웃음)”
하지만 아직은 시청률이 다소 낮은 게 고민거리. 인터뷰 도중 박철이 휴대폰을 꺼내 시간대별 시청률 현황이 그려진 표를 보여준다.(방송 시작과 함께 치솟았던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다 2부가 시작하면 다시 뛰어오른다)
“시청률 1%가 이렇게 힘든 건지 미처 몰랐어요. 그러나 정도를 걷다 보면 다들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아직 10분 중 9분은 제 쇼를 안 보고 있는 거거든요.(시청률 10%가 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저는 ‘박철쇼’가 잘 되리라고 믿어요. 이제 서서히 몸이 풀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정통 토크쇼 보여드릴게요”
#인간, 박철은?=박철은 문제아였다. 적어도 방송계에서는 그랬다.
지난 2000년에는 SBS FM ‘’ 방송 중 욕설을 해 문제가 됐다. 또 2002년 대선 때에는 특정 후보(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4년 반 동안은 저 자신을 포기하다시피 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랄까.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방치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마라톤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마라톤의 끝은 어디인지 직접 뛰어서 골인 지점에 도달해보고 싶었어요.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죠”
그는 그 동안 42.195km 마라톤 전 구간은 8번, 하프 코스는 70회나 완주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삶의 다양성과 인생의 무거움. 끊임 없는 자신과의 싸움과 인내, 노력이 마라톤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후로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게 됐단다. 마치 진짜 바다를 보고 온 이가 바다가 얼마나 큰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하지만 삶에 대한 의욕은 더 강해졌다. 경기방송(99.9MHz)에서 방송되는 ‘굿모닝 코리아’(월~금 오전6시)를 진행하기 위해 매일 오전2시50분에 일어난다.
또 아직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그는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말한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익지 않았어요. 벌써 노인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죠”
그렇게 인간, 박철은 품 좋은 옹기 그릇이 돼 가고 있었다. 수많은 아픔과 고민이 그를 촘촘하고 꽉 짜여진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항상 일보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그가 자신의 그릇인 토크쇼에, 또 앞으로의 삶에 무엇을 담아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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