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나눠 스마트폰(IM)·반도체(DS)·가전(CE)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삼각편대' 사업구성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설령 어느 한쪽의 시황이 좋지 않더라도 다른 사업부에서 괜찮은 실적을 내면 연평균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시한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5의 부진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은 배경에도 이런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자리 잡고 있다. IM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DS가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힘을 내면서 실적을 떠받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보면 IM사업부가 14조5,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가량 떨어졌으나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8조7,760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원가량 상승하면서 격차를 메웠다.
하지만 3개의 사업부가 번갈아가며 호황을 맞이하는 '골든 사이클'이 앞으로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전통적인 경쟁자로 볼 수 있는 소니 등 일본 업체가 엔저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저가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장기과제로 육성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3대 사업부가 혁신을 통해 퀀텀점프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반도체 부문은 현재의 초(超)격차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예전에는 뒤를 돌아보면 경쟁업체가 어른거렸는데 지금은 형체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포함한 종합 반도체 1위를 향한 혁신도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은 메모리·비메모리 분야서 V낸드와 14나노 핀펫 같은 최신 3차원 공정의 개발과 양산에 모두 성공한 세계 유일의 업체다. 이에 15조6,000억원을 들여 다음달 평택서 착공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가 더해지면 공정기술과 규모 모두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토대가 완성된다.
인텔·퀄컴 등에 비해 다소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비메모리 설계기술도 최근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 이달 출시된 갤럭시S6에는 그간 퀄컴에 의존해왔던 모바일AP·모뎀 등 핵심 반도체 부품을 대부분 삼성제로 채워 기술력을 입증했다.
반면 스마트폰사업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최근 본격 판매에 돌입한 갤럭시S6가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지만 전작들처럼 압도적인 이익을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고사양 스펙 부품을 대거 활용하면서 기술혁신은 이뤘지만 그만큼 가격을 올릴 수는 없어 이익률은 도리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6년 중저가폰 판매량이 10억7,000만대로 고가폰(4억3,000만대)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더구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점차 덩치를 불리며 삼성전자를 바짝 위협하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지난달 말 창립 5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1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으며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초 우리 돈 10만원대의 저가 스마트폰 삼성Z1을 내놓으면 맞불을 놓았지만 시장지배력 강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더불어 고질적 약점인 독자적 운영체제(OS) 확립 역시 숙제로 꼽힌다.
CE 부문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TV나 냉장고·세탁기 등에 녹여낼 수 있느냐가 키인 것으로 보인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올 들어 "IoT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내놓겠다"며 시장 확대를 여러 차례 공언할 정도로 관련 기술 개발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CE 부문이 올 1·4분기 영업손실을 낼 정도로 위상이 가라앉고 있어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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