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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위기론 대두] '회복경제' 암초 만났다

4월들어 정치·경제·사회 각 방면에서 돌발변수들이 불거지면서 「제2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환율이 급락하고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속등, 수출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는데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한동안 잠복해 있던 노사문제가 지하철파업을 계기로 분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치권은 일찌감치 사실상의 총선체제에 돌입, 진흙탕 속에 뒤얽혀 소모적인 공방을 일삼고 있어 국민들은 또다시 좌절의 늪으로 빠지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80%나 급등한 해상운임과 공항화물수입수수료 폭등, 유가와 국제원자재값 인상에다 환율하락까지 겹쳐 수출업계는 팔면 팔수록 밑지는 상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원유가격 상승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편승해 소비재 수입이 증가,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의 수입증가율은 8.3%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에서는 수출환경이 더 악화되지 않고 환율이 현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올해 무역수지 흑자목표는 당초의 250억달러에서 210억달러 이하로 낮춰 잡아야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외환위기를 타개하는 데 관건이 될 수출과 국제수지 회복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는 힘모아 대처하기보다 지하철 파업 등 대형 분규, 고위층 집 절도사건을 둘러싼 논란,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 등 어수선한 사건이 연거푸 겹치면서 IMF 사태 이후 한동안 사라진 듯했던 무기력과 불신·냉소 풍조가 재연되고 있다.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한 노조의 행보는 매우 심상찮다. 서울시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이어 지난 20일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공기업 노조를 대표하는 한국통신 노조도 오는 26일부터 파업을 강행할 것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민노총은 두 파업을 신호탄으로 5월 중순까지 주요 산업분야로 파업을 확산시켜 대대적인 「5월 춘투」를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경제회생에 온힘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산업현장이 또다시 분규의 불길에 휩싸일 전망이다. 우연히 돌출한 고위층 절도범 김강룡(金江龍) 사건은 우리 사회에 불신의 골이 아직도 매우 깊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수사기관의 잇단 공식발표에도 불구, 국민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도지사 집에서 발견된 거액의 현금과 일선 경찰서장의 집 냉장고에 있던 돈봉투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경제·사회 전반에 이처럼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쏟아지는데도 여야 정치권이 해결책 모색에 머리를 맞대기는 커녕 당리당략에만 눈이 멀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노동계의 직거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고 야당은 최근 사태를 정부정책의 실패로 부각시키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만 눈이 붉어진 양상이다. 특히 야당은 단순 절도범에 불과한 金씨의 진술에만 의존, 이를 고위층 일반의 부패로 확대시키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0일 경희대 강연을 통해 밝혔듯이 우리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조그마한 성취에 자만할 시기가 결코 아니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환경의 불안 등 경제회생을 가로막는 복병이 도처에 산재, 이 상태로라면 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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