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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벤처라도 구성원 각자가 오너십을 갖고 회사의 틀을 벗어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SK플래닛 사내벤처팀 '어라운더스'의 이재호팀장은 "사내벤처로 뽑혀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까지는 더 큰 난관이었지만 팀내 빠른 의사소통과 실행능력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강조했다. 어라운더스는 SK플래닛 사내벤처 프로그램 '플래닛엑스'에서 탄생한 위치기반 광고중개 플랫폼 사업이다. SK플래닛은 지난달 28일 어라운더스와 함께 통과한 아이마그넷등 2개 프로젝트를 공식 사업화해 시장에 내놨다.
이재호 팀장은 "적은 인원으로 광고 비즈니스라는 대용량 데이터를 해결하느라 밤을 새는 일도 다반사였다"며 "청소아주머니랑 강당 매트리스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고 웃었다.
큰 회사나 왜소한 사내벤처나 다름없이 사업은 속도에서 성패가 갈린다. 그는 "마음이 맞는 또래 동료들이 모여 일을 하다 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해 실행이 빨랐던 것이 사업화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어라운더스의 발전 속도는 빠르다. 하루 광고요청 페이지뷰는 800만을 넘었고 광고의 노출율도 80%를 웃돈다.
SK플래닛은 사내벤처를 선발하는데 경연프로그램 '나는가수다'처럼 청중평가단 방식을 도입했다. 강당에서 발제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 200명 정도가 한표씩 행사해 뽑았다. 어라운더스는 지난해 3월 2차 평가 때 98%의 찬성을 받았다. 이 팀장은 "원래 SK플래닛 벤처투자 업무를 맡았는데, 투자대비 효과가 적은 당시 모바일 광고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던 게 스스로 벤처에 뛰어든 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내벤처 사업인 아이마그넷은 이미지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서비스다. 국내 주요 갤러리, 그래픽 전문지 등과 제휴를 맺어 4만5,000여 점의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업을 제안한 백은수 팀장은 벤처 사업 유경험자다. 아이마그넷은 그의 두 번째 도전작이다. 첫 번째 시도는 미국'집카(zipcar)'처럼 자신의 자동차를 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국내법 상 문제가 있어 1차 평가를 앞두고 접었다. 백 팀장은 "벤처사업 할 때의 에너지가 그리웠다"며 "첫 번째 시도를 함께 했던 팀원 3명과 다시 재도전했다"고 말했다. 아이마그넷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1, 2차 평가 모두 60%의 찬성으로 턱걸이를 했다"며 "임원단 평가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내벤처 사업은 회사 틀을 벗는 자율적 운영과 지원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배가시킨다. SK플래닛은 1차 평가만 통과해도 3,000만원의 예산을 주고 기존 소속팀에서 나와 사내벤처 팀을 꾸리게 한다. 백팀장은 "개인벤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인력채용, 회사 인프라 활용 등에서 놀라울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재무, 회계, 마케팅 등 사내에 있는 전문가들이 서포트를 해주니까 사업의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플래닛엑스를 통해 만들어진 팀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운영된다.
플래닛엑스의 인센티브 제도도 사기진작에 한 몫 한다. 이재호 팀장은 "2년 동안 영업이익의 10%를 받고, 사업이 잘되면 스핀오프(회사분할)의 기회도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장님이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 소고기도 사주셨다"며 "회사가 자금 등 바람막이가 돼줘 원하는 것을 그대로 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플래닛엑스 팀들은 단기적인 성과로 평가 받지 않고 최소 1년 동안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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